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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기호와 실존

정보화사회가 빚어낸 대표적 특징의 하나를 든다면 컴퓨터의 메커니즘에 인간생활이 종속돼 사람들이 현상과 실질을 단순한 코드로 기호화하는데 점차길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주민등록번호에 의해 법률적 실존이 확인되고, 직원번호로 업무능력이 평가되는등 개인의 실체로서 보다는 그와 결부된 무수한 코드에 의해 오히려 더많이 인식되고 있다. 일찍부터 컴퓨터의 활용도가 높았던 금융부문에서도 몇개의 코드조합으로 엄청난 금액이 순식간에 이동되는 전자자금이체가 보편화되어 금융의 실존적 객체인 화폐에 대한 개념마저 바뀌어 버리기에 이르렀다.기호, 그 자체는 현상의 단순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기호의 발달은인간사회에 또다른 복잡성을 야기하게 되었다. 고의나 과실에 의한 기호의나열이나 변경은 그것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에 비한다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행위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점검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얄다 복잡한 사회시스팀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사회시스팀의 가장 큰 불안요인인 범죄의 관점에서 볼때 정보화사회에서는인간의 실존을 삭제하는 정보화살인도 가능하고 엄청난 금액의 절도도 단 몇줄의 기호조작으로 가능해진다. 기호의 세계가 범람하면서 빚어지는 이러한범죄는 그 결과로서 나타날 충격도 문제이지만 보다 본질적인 사회문제는 죄의식이 희박해진다는 점이다.

인간활동의 대상이 상징적 기호로 대체될수록 본래적인 실존의 중요성 상실은 어쩔수 없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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