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정일화 대구.경북 어떻게 됐나(2)-정치권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곳이 정치권이다. 어찌보면 제일 '험한 꼴'을 당한 곳이라고 볼 수도 있다.사실 김영삼대통령에게는 정치권이 가장 다루기 쉬운 곳이었는지도 모르겠다.정치9단의 고수로 정치구조와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 정치는 경제,외교, 통일분야와는 다소 다른 면이 있고 이점이 일차목표가 될 수 있었다는지적이다.

정권출범직후부터 재산공개파문으로 시작된 정치인에 대한 사정한파는 동화은행 뇌물사건, 슬롯머신업계의 거물 정덕진씨사건, 카지노사건, 박태준전포철회장 뇌물사건등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정치인들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최근까지의 정치권사정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대구.경북지역출신들이 특히상처가 심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우선 재산공개파동으로 박준규전국회의장이 상징적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시련을 겪었으며 유학성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슬롯머신계의 황제인정씨사건은 그가 평소 적잖은 정치인들과 친분을 맺어 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켰으나 결국은 박철언의원의 몰락선에서 일단락지어진듯한 인상이다.

동화은행사건 또한 정치권인사와의 밀착설에도 불구 이원조, 김종인의원 둘만으로 종지부를 찍는 외양을 보였고 지역인사나 진배없는 박태준전명예회장도 수뢰혐의로 힘없이 무너졌는데 정치자금부분은 슬쩍 넘어갈지 미지수다.직접적인 상처는 아닐지라도 정호용의원과 허화평의원이 '12.12'사건으로,구자춘의원이 '5.16쿠데타'로, 그리고 금진호의원이 재산파동'공개경고자'로다소 타격을 받은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구.경북지역이 사정의 타깃이 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도 광범위하다. 우선 이지역은 기득권세력의 중심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정가에서는 이들이 주로 노태우전대통령세력의 일원이거나 YS와 반대입장에 섰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갖고 있다. 형평성을 잃은표적수사, 공신들의 봐주기수사라는 말들은 심지어 야당의 단골메뉴일 정도이다.

어떻든간에 이지역이 대거 희생된 것은 부인할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이곳의정치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지역은 권력핵심부와의 줄이 벌써 끊겼으며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박준규전의장이 집권세력에서 일탈했고 박철언, 정호용의원도 이제는 정치력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의 김용태의원과 경북의 김윤환의원도 민주계가 주도하고 있는 현정국에서 발언권이 약화됨으로써 당분간 정치파워를 발휘할수 있을지 점치기 어려운상황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 소수인력만을 갖고있는 민주계가 'YS정권'을 내리 담당할수 없는 한계와 최근 명주-양양선거에서 보여주었듯이 민주계구상대로 정치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때 민정계중진인 김윤환의원이 완전히 재기불능이라고 속단하기도 이르다. 김용태의원의 경우는 김대통령의 신뢰때문에 재기용을 어느정도 점칠수 있다.

이지역 의원들은 허주(김윤환의원 아호)를 완전히 믿을수도 없고 개혁세력들이 '총선공천물갈이'를 계속 흘리자 자구책으로 각자 지역구활동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산공개파문이후 이어진 정치권의 사정이 대구.경북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지만 정치권과 사회전반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데는 이론이 없는 편이다.

이번 정치권사정으로 이지역이 얻은 것이 있다면 타지역사람들이 이곳인사들이 실컷 두들겨 맞는것을 보면서 이곳에 대해서 품었던 증오와 악감정을 어느정도 해소하고 다소 동정감마저 느낀다는 사실일까. 이는 대구.경북지역이 정치적으로 새출발을 할수 있게하는 좋은 토양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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