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6월 중순 경북도의회 1층 의원휴게실. 93년도 경북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소집된 제76회 임시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들끼리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후반기 의장단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심각한 얘기는 삼가는 편이었고서로 안부를 묻는 정도였다.
이 때 느닷없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몇몇 의원들이 삿대질까지 하며 상대방을 비방하기 시작했고 동료의원들의 만류로 가까스로 진정됐다.이들이 심한 말다툼을 벌인 이유는 예산때문이었다. 특정 시군지역엔 새마을및 포괄사업비 등 투자사업비가 많이 배정된 반면, 자기 지역엔 사업비 배정액이 형편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특히 몇몇의원은 도의회의장 출신지역등 일부지역에 사업비가 집중 배정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북도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소집된 제76회임시회는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경북도가 정부의 신경제 계획에 따라 93년도 당초예산중 경상예산을 대폭삭감, 중소기업육성자금조성과 주민숙원사업비로 전용하는 것으로 대폭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경북도의원들은 지난6월 9.10일 이틀동안 상임위 예산심의를 거부했다. 예산심의를 거부한 이유는 93년도 당초예산심의때 의사일정 차수변경까지 시도하며 심의.통과시킨 예산안을 도집행부가 의회와 사전협의없이 내무부의 지침에 따라 일방적으로 삭감.조정해 도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원휴게실에서의 해프닝은 의원들이 염불보다는 젯밥을 염두에 두고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른바 예산갈라먹기의 현장이 적발된 것이다.
지방의회가 구성된 뒤 시도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의식, 집행부에 저마다자기 지역에 예산할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집행부는 예산을 쪼갤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소규모 단위사업만 추진되고 장기계획수립에 의한 정책적인 투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시도의원들의 지역이기주의는 배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지역이기주의는 예산배정외 다른 부문에서도 노출되고 있다. 지난4월초 경북도의회 제73회임시회 제3차본회의에선 포항지역 의원등이 {포항법원및 검찰청기구 신설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부결되기도 했다. 포항지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각시군마다 법원지원과 검찰지청이 들어서야할 판이었기 때문이다.또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총선땐 각상임위마다 의사정족수마저 못채워 회의가유회되기도 했다. 시도의원들이 선거운동에 나서는 바람에 의회에 출석할 수없었기 때문이다.
시도의원들의 이권개입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6월22일 대구시의회 건설위는 대구도시재정비계획안을 심의하면서 ㅇ주택소유의 의료시설지구를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의결, 일부 의원들이 주택업자와의 유착의혹을 샀다.
대구시의회는 또 지난해 학교이전특위를 구성, 정화여중고등 3개교의 이전을조건부로 동의,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시의원들은 당초 이들 학교의 이전을 반대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거의 대다수(28명의원중 2명만 반대)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서 업자로부터 로비를 받고 학교이전을 승인해줬다는 의혹을받고있다.
대구시의회의 문교사회위원인 모의원은 지난해말 자녀를 대구시내 모시립도서관에 취직시키고 이 도서관에 도서구입비를 배정, 의혹이 일기도했다.시도의원들은 또 상임위배정때 생업과 관련된 상임위를 집중 신청, 눈총을받고있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건설관련업을 경영하는 의원은 건설위, 학원및병원을 운영하는 의원은 문교.사회위 등에 몰렸다. 경북도의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상당수의원들이 생업관련 상임위를 선호, 관련상임위에 배치됐다.
시도의원들은 집행부가 의회를 경시한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많은 지방의회 관계자들은 의원 스스로가 의회위상을 찾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생업에 쫓겨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면서 집행부를 제대로견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권만을 쫓아다니면서 전문성을 보완하지 않으면 영원히 집행부의 들러리만 선다는 소리에 의원들이 자성의 귀를 기울여야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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