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9일 률곡사업의혹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는 그동안 떠오른 고위국방안보관계자의 비리의혹 확인과 함께 전직대통령 조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천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지난 4월27일부터 시작돼 74일만에 매듭지어진 율곡특감 결과 이종구전국방장관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등 6명의 비리의혹을 밝혀 낸것은 일찍부터예감된 대로이다.
이들이 수수한 뇌물의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율곡사업과 관련한 비리의 성격과 범위가 얼만큼 광범위하고 충격적이었는가를 한마디로 입증해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회창감사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차세대전투기사업분야(KFP)에 대해서는 감사종결을 선언하지 않은 가운데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의지를 강력히 천명함으로써 율곡감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감사대상임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감사원장의 전직대통령, 특히 노태우전대통령에 대한 감사의지는 너무도선명하다.
물론 이원장이 "차세대전투기 사업분야는 외무부를 통해 무기생산업체로서계약 당사자인 외국회사와 거래규제기관인 미국의 GAO, SEC등에게 서류협조를 요청했기때문에 조회서류가 도착한 뒤에 종합검토하여 처리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이원장은 "노전대통령에 관하여는 국방부에서 차세대전투기 기종을이미 선정한 FA 18에서 F 16으로 변경한 것이 노전대통령의 재검토지시에 의한 것으로서 지시 자체의 타당성 유무가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고, 이러한 기종변경에 관해 부정한 청탁이 게재되었다는 제보와 의혹이 제기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노전대통령에 분명한 의혹의 시선을 꽂았다.
그는 "노전대통령 측근을 통해 이점에 관해 소명하실 용의가 있는지를 타진해 보았으나 그측근은 난색을 표했다"고 공개하고 "국가방위전략에 따라 구체적 집행과정에서 항공기와 같은 무기기종을 선정, 구매하는데 관한 대통령의행위는 법집행적 작용에 불과할 뿐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라고 볼수 없다"고못박았다.
전직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한 소명과 답변요구는 통치행위와 재량행위라는 주장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며 그런 논리를 제시해온 청와대측에 대한 답변에 해당되는 것이다.
또 그는 "퇴임후에도 재임중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반공무원에 대해서는 소신있는 사무처리를 요구하고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나무라면서 대통령에 대해서 만은 퇴임후, 재임중 행위를 문제삼지 말라는 것은 참으로 형평에어긋나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이감사원장과 감사원의 시각은 노씨에 대한 조사가 피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게 감사결과 발표로 뚜렷해 졌다.
노전대통령 측근인 이종구전국방과 김종휘전수석이 뺄수 없을 정도로 비리에연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전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것인가라는 짙은 의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감사원장의 회견은 비록 율곡사업비리의혹에 대한 충분한 규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는 새정부 출범후 위상이 강화된 감사원이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더이상 감사의 성역이 있을수 없다는 점을 실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율곡특감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율곡사업이 그동안 성역이라는 명목하에 어느정도로 방치됐던가를 입증한 것을 꼽을수 있다.
이종구 이상훈전국방장관과 김종휘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 김철우 김종호전해군참모총장, 한주석전공군참모총장등 고발조치된 인사들의 면면이 6공당시 우리의 국방정책을 주물러왔던 핵심인사들이라는 점도 그렇고 이들의 혐의가 무기도입을 둘러싸고 무기중개상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무려 1백18건이나 되는 행정부당행위가 적발됐다는 것도 율곡사업이그동안 안보와 기밀이라는 '장막'속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과 비리 그리고 부당행위가 저질러졌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결국 막대한 국가예산이 국민의 감시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동안 얼마나 자의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돼왔던가를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이런점에서 이번 율곡사업에 대한 특별감사의 의의를 무기도입등을 둘러싼각종 비리혐의자를 적발했다는데 무게를 싣기보다는 막대한 국가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군전력증강사업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강화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집행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감사원은 이번에 성역없는 감사의지를 발휘했다고 하지만 감사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노출했으며 이때문에 앞으로 후유증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않다.
우선 율곡사업이 군전력증강사업이라는 점에서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자칫 군전력의 허점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고, 과거 군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군의 위상이나 기강문제에도 문제점을 던졌다.
특히 감사원이 너무 의욕에만 치우친 나머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율곡사업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감사에 임함으로써 뚜렷한 소득도없이 너무 일만 크게 벌여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물론 감사원은 이점을 의식, 구체적인 무기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원장도 "감사에 임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율곡사업과 관련하여 군이 받아온 불신과 지탄의 소지를 말끔히 씻어 내고 마음으로부터 국민의신뢰와 사랑을 받는 강한 군이 되도록 돕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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