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곳없는 노부부 10년을 부모처럼

각박한 세상인심을 헤쳐나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성기원(30.구미시 송정동삼덕건설직원) 이상호(30.지산동) 김창기씨(30.공무원). 구미국교 동기생인이들은 피붙이도 없이 의지할 곳 없는 조봉오(77.구미시 황상동) 양복덕(67)노부부 뒷바라지에 벌써 10년의 세월.친부모도 내다버릴만큼 험한 세상에 젊은이들의 이같은 헌신적인 사랑은 너무도 조용히 실천돼와 이웃들에 알려진것도 최근이다.

황해도 해산이 고향인 조할아버지는 1.4후퇴때 단신 월남, 그동안 목수일로생계를 유지해오며 양할머니를 만나 함께 살아왔으나 가난을 떨칠수 없었다.구미시 남통동 경로회관 청소일을 맡아하던 지난 83년 추석때 이들 젊은이들을 만났다.

당시 이들 봉사자들은 갓 스무살. 금오산등행을 마치고 하산길에 경로당을지나다 청소하는 이들 노부부를 보고는 호기심에 세상이야기를 나누던 것이첫 인연.

이때부터 노부부와 젊은이들의 우정은 깊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친부모와친자식같은 사랑이 영글어 갔다.

구호양곡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이들 노부부에게도 병마는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6년전 조할아버지가 비장비대증으로, 양할머니는 천식으로 앓기 시작했고젊은이들은 그럴수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부부 뒷바라지에 열과성을 다했다.

"요즘세상에 이런 젊은이들이 어디 있습니까" 휑한 눈에는 눈물이 잔뜩 고였다. {뒤늦게 얻은 건장한 아들들}. "군에 입대했을때는 전방도 마다않고 면회간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성인이 되어 제각기 직장생활에도 충실한게 더없이고맙고---" 눈시울을 자꾸 적신다.

한달전 조할아버지의 병환이 깊어 사경을 헤맬때는 번갈아가며 밤샘간호로노부부의 아픈가슴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을뿐이지만 노부부가 큰일을 당하면 그때는 어쩌나 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걱정거리.그보다 아직 사회적으로 완전히 기반을 잡지못한 나이여서인지 노부부의 병세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수록 치료비 걱정도 크다.

"세상엔 무의탁 거택구호대상자인 노인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누구든지이들의 손발이 될 젊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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