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인은 물론 구멍가게 주인까지 내뱉는 첫마디가 이라는 푸념이다. 문민정부 출범후 지난 몇개월동안 실로 엄청난 변화가 일고 사회 구석구석에 새바람을 불어넣는데는 성공한 것 같은데, 정작피부에 와닿는 민생문제는 시원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데서 오는 넋두리 같이들린다.사정은 수단일뿐-그렇다면 우리는 그간 무엇을 했는가. 지나간 신문철을 훑어보면 그 대답이 뚜렷이 나온다. 신문마다 주요지면이 개혁과 사정에 관한기사들로 온통 메워져있다. 이 일만 잘되면 당장 살판이 날 것처럼 분위기를몰아가는데 언론이 앞장섰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게한다.
하기야 30년 묵은 병소를 제거하면 나라가 딴 모습으로 바뀔수 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게다. 문제는 개혁과 사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수단인데도 최대목표인양 인식돼 버린데 있다. 마치 고통받는 환자에게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 그것이 수단일뿐 목적은 회생인데, 수술자체가 지상과제인것처럼 느끼도록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부정부패가 척결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에 회의가 일고 있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비리가 없어지면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게 잘 풀릴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경제정의의 실현은 기필코 이룩해야 할 명제임은 이논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제라는게 군대처럼 {좌향 좌} {우향 우}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현대산업사회는 기업은 물론 개인에 있어서도 어떤 보상이 따라야 제대로 굴러 가게 돼 있다. 특히 신바람 나는 분위기야말로 생기를 일게하는 활력소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사정한파가 몰고온 경직된 분위기속에 모두가 움츠러든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무노동 무임금파동, 한방대 약국의 대결등에 이어 급기야는 현대그룹의 노동쟁의등으로 소란스럽다. 공무원들은 다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에 젖어있고, 기업인들은 투자하겠다는 확신이 서지않아 방황하고 있다.이런 판국에 정부는 기회있을때 마다 {고통분담}을 호소한다. 그 고통분담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고통분담만 하면 경제가 어떻게 회생할수 있는지에 관한 확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고통분담론에 대한논리성과 현실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상실된 투자의욕-대구상의가 지난 6월 지역기업인 2백50명을 대상으로 한 신경제 1백일성과조사에서{효과없다}고 답한 사람이 41%나 됐다는것은 그냥 넘겨버릴수없는 대목이다. 게다가{설비투자를 하겠다}는 응답자는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계획조차 없다고 답변한 것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명하게보여주는것 같아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있다.
이러한 사례나 통계수치는 정부입장에서 보면 결코 달가울 수가 없을것이다.그러나 현실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타개책을 모색하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신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자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라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당장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렇지를 못하니 안타까운것이다.
경제회생 실기말아야-이제 국민들은 부패한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장군 몇사람을 더 치죄하는것에 전보다 관심이 줄어들고있다. 그보다는 당장 발등에떨어진 민생문제에 더 신경이 쓰인다. 부패추방을 위한 사정은 언제라도 펼수있지만 경제회복은 때를 놓치면 돌이킬수 없다고 보기때문이다.실적경쟁에 치우친 나머지 관계부처간에 혼선만 야기시킨 신경제정책이 왜공감대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는지 반성해야한다. 사정도 개혁도 소홀히 할수없지만 경제가 죽으면 만사휴의임을 꿰뚫어봐야 하는 것이다. 개혁정국에 무슨 찬물 끼얹는 소리냐고 역정낼 일이 아니다.
한때 회자되던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가 정말 실감나게 가슴에 와닿는 어제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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