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남보다 빨라야 한다

영국.프랑스.독일등 유럽지역과 미국언론들은 그야말로 '사실보도'에 충실하고 '근거주의'에 입각하지 않은 전망과 추리는 보도하지 않는게 상식이다.그러나 지난번 제네바 북.미 2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보여준 일부 국내 언론의보도태도는 외국언론과 너무도 차이가 컸다.특파원을 파견하지도 않은 일부 국내 신문들이 1차회담이 시작되기전 12일자예측기사에서 무책임한 추측성 보도를 남발, 한국언론의 위상을 여지없이 실추시킨 것이다.

일부 한국언론들의 '왜곡성'을 심각하게 인식한 당시 미측수석대표 갈루치미국무성차관보는 유독 한국대표부측에게 브리핑후 간곡한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국가운명에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북핵'에 대해 한국정부측에 대해선 실상을 그대로 보고하지만 한국언론의 생리상 회담분위기등을 굴절되게 취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보안을 유지해달라"그는 수많은 외신기자들에게는 아예 이러한 첨언을 하지 않았다.수백년 언론전통과 숱한 군축.핵.평화회담등을 지켜봤던 미.서구언론들은 이런 성격의회담에 스스로 '자율제어기준'이 체험적으로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디까지나 이러한 성격의 회담에선 '신속'보다 '정확'에 무게를 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취재생리가 외신들은 몸에 배어있었던 것이다.1.2.3차회담이 끝날때까지 모든 외신들은 단계별 보도도 양측대표단의 짤막한 성명이외에는 싣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북핵'에 세계언론이 너무 둔감하지 않느냐는 분노가 치밀어옴을 당시 우리기자들은 누구나 느낄수 있었던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중량급 핵전문기자들이 총집결됐는데도 당일 외신뉴스는침묵또는 가벼운 촌평기사가 전부였다.

그러나 막상 회담이 끝난 20일이후 그들의 보도는 봇물터지듯 일시에 방송.신문.잡지등을 통해 미.서구여론을 주도해 나갔다. 마지막 3차회담까지 협상리듬을 깰수있는 민감한 부문을 자제하면서 무언의 압력으로 실무대표팀에게자극을 준 것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결과에 대해선 철저한 해부와 전문식견.경험을 토대로 한 비판을 곁들인 '북핵해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일부권위지들은 미국이 북한핵무장 재갈물리기에 실패했다는 강경비난성 해설기사를 연일 내뿜었고, 그에 따라 미국무성은 자신들의 회담 수순에대한 전략.목표등을 철두철미한 검증으로 내외여론에 내비쳐야만 했다.

이에반해 일과성에 치우쳐 추월보도의 경박성만을 드러낸 우리언론시각은 이러한 외신들의 추적보도에 늦어도 한참 늦을수 밖에 없었다.당시 제네바 취재현장에서 만난 독일의 한 특파원은 우리언론의 생리를 이미접했는지 따끔한 충고를 이같이 들려줬다.

"핵회담같은 민감한 협상에 한국언론이 앞서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만큼상대(북측)에게 여러카드만 보여주는 각이 된 꼴이다. 미대표단도 그때그때북한측 협상전술.분위기등을 체크, 본국과 협의해도 협상 진로설정이 지난한데 이를 제3자로서 지켜보는 한국언론은 어떠한 논거로 마냥 뉴스확대재생산에만 열을 올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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