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태 못벗는 민자..."돈으로 청중 동원"

1일 오후6시30분, 대구동을 보궐선거 첫 합동연설회가 열렸던 방촌국교 운동장.2시간여동안의 유세가 끝나고 대다수의 청중이 빠져 나가자 민자당후보측 부녀운동원들이 기호와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비닐가마니에 쓰레기를 주워담아청소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이것까지는 [역시 집권당이다]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때 썰렁하기만한 운동장 곳곳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남녀들 3백여명이 돌아갈 생각도 않고 모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집단적으로}운동장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6시40분,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촌국교 운동장. 연설회장에 있다조금전 그곳을 나온 남녀학생들 50여명이 {하는 일도 없이} 문을 닫아놓은 동촌국교 건물앞에서 누구를 기다리듯 서성대고 있었다.

이들은 어둑어둑해진 그시간에 [놀러가려고 친구를 기다린다]고 떠듬떠듬 말했다. 그러나 끈질긴 질문을 받고 드디어 [2만원 받기로 했다]고 어렵사리 귀띔해 주었다. 그것도 개혁의 주체로 자부하며 깨끗한 선거를 주도하리라고 기대했던 민자당에서 동원했다는 것이었다.

유세가 시작된 직후 무소속의 모후보가 동원한 부녀자들이 연호하면서 박수를보내는 모습을 가리키면서 민자당의 한 의원이 [보라, 우리는 동원한 청중이 없다]며 자신있게 얘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대학교수를 지냈다는 민자당후보의 구수한 연설에서 가졌던 실날같은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도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그런 점을 반영하듯 여권수뇌부는 대구보선에 대단한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민자당의원들도 마치 이곳에서 한석을 얻지 못하면 무슨 결단이나 날듯이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너무 다급한 나머지 어쩌다 보니 나온 {극히} 조그만 무리수였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5천여명 이상의 대단한 청중이 몰렸음에도 잡음하나 없이 무사히 끝난 이날 첫 유세장 주변에서 목격된 이 장면은 {과연 개혁은 이뤄지고 있는가,누가 개혁을 하는가, 그리고 깨끗한 선거는 가능한가}라는 개운치 않은 의문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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