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아리송한 대구보궐선거

대구동을 보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겉으로는 일개 지역구의 보궐선거일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여당은 결코 져서는 안되는 선거로,야당은 개혁정국에 대한 평가와 결부시키는 한판의 승부로 삼아 중앙당이 총동원되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게다가 이곳이 박준규 전국회의장의 구역인데다가 노 전대통령의 고향 선거구여서 이를 지켜보는 대구시민들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여기에다 소위 '대구정서'로 불리는 이지역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선거양상이 좌우되고 있어 열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대구정서의 실체**

그렇다면 도대체 대구정서라는게 어떤 것이길래 밑도 끝도 없이 거론되고 있는가. 사실은 이에대한 실체를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는게 무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혹자들은 김영삼정부 출범후 이지역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심리적박탈감과 미묘한 피해의식을 갖게 됐고, 이것이 바로 대구정서라고들 말한다.많은 TK실세들이 개혁의 와중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이같은 정서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우선 그 사례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 본인들의 잘잘못은 별개문제로 다루더라도 정계에서는 박 전의장을 비롯 유학성.이원조.박철언씨등이 의원직을사퇴했거나 구속돼 있다. 비록 경남출신이지만 포철과의 오랜 인연으로 준TK로 통하던 박태준씨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채 해외에 머물고 있다. 또 군출신중에는 이종구전국방장관을 위시해 한주석전공군총장.김종호전해군총장.엄삼탁전병무청장등이 구속됐고, 김연각2군사령관.서완수기무사령관은 예편됐으며 최세창전국방장관은 12.12와 관련, 불편한 입장에 놓여있다.검찰쪽에는 정성진대검중수부장.전재기법무부연수원장이 사표를 냈고, 경찰계통에선 이인섭전경찰청장과 천기호전치안감이 구속됐다. 특히 검찰의 경우박종철검찰총장이 현직에 있지만 검사장급이상 고위간부 36명중 대구.경북출신은 박총장과 정경식대검공판송무부장.김상수법무부기획관리실장등 단 3명뿐이다. 이들외에는 이지역출신 검사중 10년내에 고검장이 되기는 매우 어려운상태다.

**'박해론' 대 '인내론'**

이 시점에서 새삼 이를 들춘다는게 부질없는 짓이고 30년TK정권의 업보로 치부해야겠지만 어쨌거나 이지역 인사들이 유난히 당하고 있다는 'TK박해론'이나오고 있는 것만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TK인내론'이대두되고 있다. 30년간 권력을 장악했으면 넘겨줄 때도 됐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검증을 받는것은 당연하며, 최소한 1년정도는 참고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대구라는 도시의 특성이다. 인구가2백만이 넘고 언필칭 3대도시라고는 하지만 이곳처럼 유별나게 온갖 연비로얽혀있는 지역도 흔치 않다는게 그것이다. 아마도 TK정권 30년이 결과한 필연적 소산일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수천명에 불과한 각계 인사들이 대구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오랜 세월동안 TK실세들과 끈끈한 연결고리를 맺어오다가 새정부가 들어선후 그 사슬이 끊기면서 갈등을 느낄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택은 유권자가**

그렇다면 대구정서를 무마시켜야하는 문제가 불가피하게 제기되기 마련이다.어쩌면 여권의 이번 선거전략도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질법하다. 현정권이대구를 더이상 홀대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때처럼이번에도 화끈하게 밀어줘 립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이에반해 야권은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 대구사람 당차다는걸 입증시켜야한다고 부추기면서 미묘하게 흐르고 있는 대구정서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정책대결이나 실현가능한 공약보다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파고드는 일에 여.야가 매달려있는 형국이다.과연 어떤 선택이 내려질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대구동을 주민들의 의중에달려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치권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닷새후의 투표결과가 정말 궁금해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