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우주와 함께 춤을

바다에 다녀왔다. 저녁 해거름에 도착하여 이튿날 오전에 빠져 나왔으니 1박1일인 셈이다. 긴장마로 비어 있을 것 같았던 바다는 여름이 오기전부터 그곳을 그리워해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물과 쓰레기도 사람들 만큼이나 넘쳐 나고 있었다. {바다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밤바닷가에 나앉게 했다. 해변의 소요와 인파의 소음이 텐트속의 붉은 불빛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의 바다는조용하다. 파도소리뿐이다.요즘 읽고 있는 책의 서두가 갑자기 생각났다. "해변에 앉아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내 숨결의 리듬을 느끼고 있었다. 그순간 나를 둘러싸고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나는 원소들의 원자와 내 신체의 원자들이 에너지의 우주적 춤에 참여하고있음을 보고 느꼈으며 그 소리를 들었다" 오스트리아출신 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란 저서에서 이렇게 직관의 체험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밤바닷가에 앉아 있는 나의 눈에는 바다만 보일뿐 대지의 숨결은 느낄수 없었다. 물리학자가 오감으로 느낀 우주적 춤에도 동참할수 없었다. 이렇게 자연에 합일하지 못함은 욕심이 가득하여 사랑하는 방법을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는 와병중인가 마음은 어찌하여 이렇게 자유롭게 유동하는가, 마음에서우주까지를 아주 자유롭게. 우주속을 헤매던 생각이 지구로 돌아오자 인간이저지른 공해라는 죄악이 풍기는 냄새때문에 눈코를 뜰수가 없었다. 아까 {우주적 춤}에 참여할수 없었고 바다의 숨결을 느낄수 없었던 까닭도 지구표피에묻어있는 강렬한 악취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바다는 올여름 들고부터 푸른 얼굴을 보여준적이 별로 없다. 여름에도 땀을 흘릴수 없으니 지구는와병중인가 보다. 어쩌면 영원히 소생할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인간이 지은 죄의 값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이후 석탄.석유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을개발한 결과 지구는 서서히 공해에 오염되기 시작했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와 프레온가스의 남용은 지구를 둘러싼 오존층을 파괴하기 시작,남극상공을 비롯한 곳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지구의 허파에 해당하는 동남아와 남미의 원시림이 잘려나감으로써 사막화현상은 도처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공해가 빚은 증상은 구체적인 통증으로 드러나고 있다.미대륙에 폭우가 쏟아져 미시시피강이 범람했고 곡물수확량의 17% 감량이 예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인도.프랑스에도 폭풍우가 몰아쳐 4백여명이 사망또는 실종됐다. 괌도에는 진도 8.2의 강진이 발생했고 일본에서도 지진과 폭풍우 피해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피해를 입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있는 천재지변은 하늘의 괜한 장난이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이제 겨울이 오면 지구온난화현상에 따른 온갖 질병이 창궐할 것이며 폭설의 피해, 바람의 피해는 여름의 그것과 비길수 없는 심각한 사태를 몰고 올것이다.

자연은 외경과 신비의 대상 지구의 생태계는 사람들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마음속에 환경오염의 싹이 트지않아야 한다. 원각경에도 "일신이 청정한 고로 세계가 청정하며 일세계가 청정한 고로 다세계가 청정하다"고 했다. 또 조선조 선조37년 1월에 입적한 서산대사도 "환경으로 살다가 환경으로 돌아간다"는 임종게를 남겼다. 이는 생사거내를 분명히밝힌 것으로 사람이 어떻게 있다가 어디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밝힌 것이다.노자의 도덕경 제25장에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고 했다.자연은 우주삼라만상의 질서를 총람하는 존재로 자연에 인위를 가해서도 안되며 붙잡아도 안된다. 인위를 가하면 패하고 붙잡으면 잃는다(위자패 집자실)고 했다. 이말의 속뜻은 인간의 지구오염행위는 자연을 돌이킬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넣고 종국에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모든 생물을 파멸케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자연은 외경과 신비의 대상이다. 결코 정복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자연은 보듬고 가꿔야지 더럽히거나 훼손시켜서는 더욱 안된다. 자연속에 파묻히면 {아하! 참 좋구나}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바로 그때가 주위의원자와 내 신체의 원자가 한데 어우러져 우주적 춤을 추는 때이다. 다시 바다에 서면 이제 춤출수 있을 것 같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