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범죄대한 일 참된 사죄 없어

지난4일, 일본 자민당정권이 물러나기 직전 발표한 위안부문제의 {총체적 강제성인정}과 {반성.사죄및 역사교훈으로 직시한다}는 표현에 대해 정작 당사자들은 냉소를 머금었다. 면담조사를 한다며 법석대는 것을 보고 다소 기대를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강제}를 인정했다는 조사보고서는역시 공허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시각이다. 묘하게도그것은 지난90년 노태우대통령 방일때 나온 일왕의 {통석의 념}이라는 말장난과 비슷한 냄새가 풍겨서였는지도 모른다."지금까지 참고 살아오다 어쩔수없이 쓰라린 옛날 일을 말해버렸는데, 정말슬프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저들이 강제로 저지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길래, 겨우 이제 그 따위 말을 해... 보상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구"일정부 면담조사에 응했던 서울 황금주할머니(73)의 말은 일본신문에도 실려일본인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졌다. 황할머니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빨리 보상을 해야해, 빨리-"라고 몇번이고 {빨리}를 반복해, 얼마남지 않은생전의 한풀이가 이루어질지에 조바심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자신이 종군위안부였다고 이름을 밝힌 141명은 거의 70대할머니들.전후 반세기가 되도록 잊혀진 채 피해보상 한푼 못받고 암울한 삶을 지탱해온 한의 여생... 경제대국을 자랑하게 된 가해자 일본은 이제야 겨우 입을 열기 시작하는데, 피해자들은 죽음이 엄습해오는 초조감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억울하기 짝이 없는 모순속에 살고있다. 지난 7월에도 그중 2명이 한을 품은채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한일간의 과거문제는 비단 종군위안부 하나만이 아니다. 위안부문제는 인권을 짓밟고 국권을 말살한 일제의 전쟁범죄를 입증하는 상징적 사안일 뿐이다.멀리 사할린에는 지금도 강제노역에 끌려갔던 동포들이 고국을 그리며 타향살이를 하고있다. 남의 땅에서 피폭당한 원폭피해자들, 여전히 차별속에 살고있는 재일동포들, 그리고 교과서.역사교육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과거문제는큰 진전없이 은폐.외면된채, 한일간 메워지지않는 골을 남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어쩌면 과거문제의 본질은, 참된 사죄.보상없이 감정을 돋우기만 하는 책임회피로 앙금이 갈수록 고착화되는 현실이 문제다. 일본은 {독일과는 입장이다르다}며 마치 양파껍질 벗기듯 떼밀려서 과거에 접근해 가지만, 그럴수록감정의 농도는 짙어만 가고, 문제해결이 자꾸 멀어져 가는 악순환을 빚는다.현재 과거문제 초점은 보상으로 집약되고 있다. 일본의 참된 사죄가 정신적보상에 해당된다고 볼때, 정신적.물질적 보상이 과거사 해결의 요체라고 할수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어느쪽도 무관심.무성의하다.

태평양전쟁때 강제동원된 한국인은 줄잡아 1백만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상을 받은 사람은 65년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9천546명이 30만원씩을 받은게 거의 전부다. 일본은 그때 제공한 유상2억.무상3억등의 청구권자금 5억달러로 전후처리는 종결됐다고 주장한다.미확인전사자는 아예 논외로 한 채 확인된 사망자 2만2천여명 분으로 서둘러건네진 청구권자금. 일본측의 졸속에, 당시 한국정부의 무감각한 역사인식이맞장구쳐 빚어낸 과오 때문에 끝없는 보상시비를 만들어 냈다.우리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참다못한 각피해단체와 민간인들이 현재 일본법원에 보상청구 소송을 낸 것만도 4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기리라는 보장이없다. 일본이 과거사를 보는 시각, 가해자로서의 양심을 기대하기가 어렵기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일연립정권이 과거문제 처리에 의욕을 보이고, {침략전쟁}을 모처럼 분명히 하자, 우익을 중심으로 벌떼처럼 들고일어설 기미다. 그들의 속마음은 과거를 잘못이 아닌, {긍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성할 일이 아니라 {해방전쟁.자위전쟁}에 선조들이 피를 흘렸다고 명예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소위 종전기념일인 8.15에 전범들의 무덤인 야스쿠니(정국)신사가 정부고관과 일반참배객으로 붐비는 한, 전쟁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해줄양심도, 이유도 찾기가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참배객은 해가 갈수록 늘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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