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승려들의 의식교과서로 사용되는 일제시대때 발간된 {석문의범}이란책을 산사에서 읽다 일본왕과 왕후, 왕세자등의 만수무강을 비는 조석축원문이 눈에 띄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이후 불교계의 친일문제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일제하 불교계와 그 인사들의 친일행각을 낱낱이 밝힌 {친일불교론}(민족사간 전2권)을 펴낸 임혜봉스님.
그후 {석문의범}에 쓰인 친일 축원문을 들고 하산한 혜봉스님은 동국대 불교학자료실에서 한달여 동안 일제시대에 발간된 불교잡지를 모조리 뒤져 친일불교관계자료를 추적, 수집하면서 친일불교론 집필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렇게준비한 원고가 1천여장. 여기에 친일불교행적을 밝히고자 하는 스님의 집념을 안 출판사측에서 10여년전부터 같은 취지의 책 발간을 기획, 수집해온 자료를 보내와 합쳐지면서 원고는 4천여장으로 불어났고 이중 3천여장이 이번에총론성격의 {친일불교론}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정신보국, 내선일체, 황도불교등의 친일논설을 발표하고 징병제를찬양하며 학도병으로 나갈 것을 권유하는등 친일 시국강연을 한 불교계유명인사 30여명의 친일행각이 낱낱이 파헤쳐져 있다. 또 조계종 종무원이 시내각 사찰에 창씨개명 상담소를 설치 운영한 사실과 황군장병위문및 필승기원법회등 각종 시국행사를 전국사찰에서 무수히 열었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가운데 열광적으로 친일 행각을 벌여온 인사들이 해방후 독립유공자로 각종훈장을 받은 사실을 밝혀 공분을 사고 있는데 특히 조선불교계를 친일로 몰고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종욱씨가 해방후 월정사주지, 제2대 국회의원, 동국대 이사장을 거쳐 독립유공자가 돼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는 사실은가히 압권이다.
"일제하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의 친일의 정도가 낯뜨거울 정도"라는 혜봉스님은 "그러나 아직 종교계의 친일문제를 다룬 책이나 논문은 거의 없는 실정이며 이는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종교계의 사정과 종교계특유의 힘때문일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또 불교계의 친일문제가 표면화되지못했던 것도 당시 친일 인사들의 후손이나 제자들이 아직도 각 분야에서 건재하기 때문이라는게 스님의 생각이다.
그러나 혜봉스님은 이 책 출판의도가 "선대불교인들의 행적을 단죄하는데 있지않으며 다만 당시 친일행각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훗날 다시는 이런 오욕의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토로하고있다.194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안동고와 안동교대를 거쳐 농아학교 교사, {연합불교신문}편집국장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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