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반세기를 앞둔 지금의 일본은 옛 패전국 일본이 아니다. 세계최고의 기술력, 1천3백억달러의 무역흑자, 제일 많은 개도국원조(ODA)를 내놓겠다고 큰소리 치는 경제대국이다. 이제 그들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리고 있고,국제공헌이라는 미명하에 자위대해외파병을 실현, 정치.군사적 진출을 확대하려 하고있다. 새로 등장한 연립정권 수뇌들은 "일본의 국력에 맞는 역할은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새 정권의 막후실권자인 오자와(소택일낭)씨는 {일본개조론}에서 "군사력을 포함, 국제사회 적극진출로 세계를 리드해야 한다"고미국영향력 탈피를 주창한바 있다.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인들은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실제로는 너무 모른다. 침략과 식민의 역사, 과거반성을 꺼리고 무역역조개선도 회피하는 {추한 경제대국}정도의 인식에서 나온 감정대응이 거의 전부다.이에대해 일본은 한국을 한단계 높은데서 꿰뚫어 보고있다. 응대는 하되,동등의식에 반발한다. 대국의 길을 가면서 린국의 투정을 귀찮게 여기는 양상까지 감지된다. 양쪽이 총논은 일치하나, 각논은 어긋난 상태로 접하는 현실이 솔직한 양국관계의 현주소다.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로 한일관계를 표현한다. 두나라는 최근린국일 뿐아니라 상호 외교정책의 기축이다. 반면 두나라는 서로에 대한 감정과 현안으로항상 부가근부가원 상태를 맴돈다. {반일}이 비등하면 {혐한}이 노골화되고,{시정과 배려}를 요구하면 {회피와 무관심}으로 대응한다. 일본에 대국의식이 급부상하고 {과거의식}이 희박해 지면서는 더욱 반목이 빈번해지고 심화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올들어 양국에 새정권이 나란히 들어선 것은, 새로운 변화의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종래와는 다른 방식이 제시됨으로써 차원이 다른 관계설정 가능성이모색되고 있다. 한국측은 정치와 경제의 연계외교 탈피를 시도한다. 위안부문제와 관련해 보상을 원치 않는다는 선언은 분명히 선수였다. 일본의 유엔안보리 준상임이사국안, 그리고 위안부 조사결과와 반성.사죄의사를 평가한 것,대일 수입금지품목 축소방침등은 획기적인 정책변화다. 전문가들은 모처럼대일외교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한 태도이며, 발빠른 선제대응이라고평했다. 이에대해 일본 비자민 연립정권은 일단 과거문제의 매듭을 표명하고있다. 과거 결착을 통해 아시아근린국의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한일관계도 하나의 전환점에 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입장에서 볼때,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보상없는 과거문제의 완결이 가능할 리가 없다. 또 어른과 아이같은 양국 경제현실을 도외시한채 자구노력으로 역조를 줄이고, 일측의 자발적 기술이전을 기대하기란 큰무리다. 특히 일본 신정권이 과거사죄를 들먹이는 리면의 대국지향의지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 일본의 본심과 진로에 대한 냉정한 분석없이 즉흥적 대응에 급급할때 한일관계는 갈수록 경사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결국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일정책의 방향을 뚜렷이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손실을 보는 한이 있어도 원칙과 정당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실리와 호혜를 중시할 것인가, 나아가 일본의 정치대국화를 용인할수 없다면 효과적인 견제책은 무엇인가 하는 방책을 분명히 할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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