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3일 민자당원외지구당 위원장 79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그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10년은 보낸 것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뛰었다는 기분이다"라고 지난 6개월을 회고했다.그러나 이날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은 "김대통령의 취임 6개월이 되는 25일을특별한 행사없이 조용히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이대변인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우리 관습에 백일.돌은 있지만 6개월을 따로 매듭짓지는 않기 때문"이라면서 "새정부 출범 1년이라면 몰라도 6개월로서는 새정부의 업적을 평가하기가 애매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물론 이대변인의 말이 순수하게 받아들여 질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이대변인의 말에는 바로 현재 청와대가 안고있는 고민과과제를 시사하는 내용이 함축돼 있다.
"열심히 뛰었으나 아직 평가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김영삼정부가 출범한지 25일로 만6개월을 맞는다.
문민정부의 반년은 실로 격변의 기간이었다.
정치.경제.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재산공개, 사정작업, 금융실명제실시등으로 이어진 우리사회는 어느 하루도잠잠한 날이 없을 정도였다.
{썩은 살} 도려내기, 권위주의 청산등 개혁작업이 많은 국민들의 지지속에끊임없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 노력에도 개혁은 아직까지도 정착단계에 접어들지 못했으며 이에따른 부작용과 불안감도 적지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취임과 함께 시작된 사정작업은 국정전반에 엄청난 충격과 파문을 몰고왔다.공직자재산공개는 정치권의 숙정으로 이어졌고 슬롯머신비리등 비리파헤치기는 공직사회에 철퇴를 가했다.
대대적인 군숙정은 성역을 무너뜨린 동시에 군위상의 재정립을 이룩했다.{4.19} {5.16} {12.12} {5.17}등 과거사의 재평가와 림정요인 5위의 유해봉환, 조선총독부 건물과 총독관저 철거결정으로 민족정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도 취했다.
특히 8.12금융실명제 실시 전격발표는 {경제혁명}으로 불리는 YS식의 메가톤급 개혁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6개월동안 진행된 개혁의 결과는 이러한 외형적 변화 못잖게 의식의 전환을 가져오는데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권력과 부를 함께 가질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굴절됐던 역사가 바로잡히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 김대통령은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에 있어서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많다.
또한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의 요구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의 개혁은 {혼자하는 개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비리척결은 표적.보복수사라는 시비를 불렀으며 정치부재를 초래했다.
주요정책을 둘러싼 당.정간 불협화음, 내각의 무기력등은 국민들을 불안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취임초 개혁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의 박수소리도 이제 전같이높지 않다.
사정의 방향이 이슈가 됐던 지난 대구동을보선에서 나타난 {대구정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며 이는 민자당 참패라는 결과를 낳았다.열심히 박수를 쳐댔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쪽으로 국민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듯 하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서 국민들의 평가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대통령 스스로 경제회생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나 경기회복의 조짐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실제 지난 6개월동안의 경제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GNP성장률이 1/4분기 3.3%, 2/4분기 4.5%에 그쳐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이대로 가다가는 연평균 6%성장목표의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지지효과를 최대한 노리는 {깜짝쇼}도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지지분위기속에서는 건전한 비판조차 쉽사리 허용될 수 없기때문이다.
과거 구총독부건물 철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것과는달리 이번에는 찬양일변도일뿐 건설적인 대안제시조차도 나오질 않았다.과거 권위주의가 청산되는 대신 새로운 권우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 개혁의 성패에 관계없이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새정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치}나 {모노드라마}식의 개혁이 아닌{함께 하는 개혁}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래로까지 확산되지 못할때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개혁 프로그램의 제시가 시급한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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