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부부싸움을 할때가 있다. 이렇다할 명분이 있었거나 가정 전체가 들썩할 갈등이 있어서가 아니다. 지극히 사소한 문제 또는 한마디 말이 던져준오해나 자존심의 훼손 때문에 많은 부부싸움이란 것이 생겨난다. 때로는 입씨름만으로 끝날때도 있지만 손찌검이 오가고 나중에는 생사결단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없지않다. 그러나 이렇다할 명분도 없고 갈등이 있어서 비롯된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싱거운 결말이되고 쉽게 잊혀진다. 그런데 그부부싸움이란 것을 하다보면, 심력이 무던하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울화통이 터져 도저히 참고 넘길 수 만은 없는 고비가 있다. 바로 상대방의 지난 잘못이나 지난번 부부싸움때 명제가 되었던 일을 다시 끄집어 내어상대방을 공격하려 들때다. 삼년전 혹은 오년전에 저질러졌던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실책이나 부도덕성을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문제삼아 헐뜯기 시작하면맞대거리를 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사태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던 사람도 영낙없이 울화통이 터져 반이성적인 말대꾸가 튀어나오게 되고 홧증은 머리끝까지치밀어 올라 꼴불견의 아귀다툼으로 치닫게 되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난날의 치부란 당사자인 본인조차도 기억하고 싶지않는 부분일뿐더러 이승살이에서 가장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남편이나 아내가 그 치부를 오랜 동안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가 감정이 격해있을 때 그것을들춰내어 공격의 무기로 삼으려했을 때, 상대는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입기 마련일뿐더러 상대방에게 보내고 있던 깊은 신뢰감이나 의지하고자 하였던 정리도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그래서 부부싸움을 가장 모양있게 끝매김하려는 사람, 그리고 이웃들로부터이성적이고 신사적인 부부란 평판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감정이 아무리 격해있을때도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과거사의 치부만은 들춰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손찌검을 주고 받을때도 마찬가지다. 정면대결로 이마를 친다든지 가슴을 칠때는 감정까지 격해지지는 않는데 어쩌다 뒤통수를 얻어맞게 되면 그땐 감정까지 욱하는 기분이 된다. 그래서 권투선수들끼리 격돌하는 링위에서는 뒤통수를 치면 감점을 당하게 된다. 권투경기에서 뒤통수는 하나의 치부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예측가능했던 일이 아닌 돌발사태이고 미래지향적인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주알 고주알 헤집고 따질 것도 없이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그렇다해서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의 지표가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를 외면하고 우격다짐으로 현재를 다스려나가자는 무리수를 쓰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들을 엄습하고 있는 몇가지 일들이 너무 과거에만 집착해서 후벼파고자 함에 열중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 항간의 여론이고 또한그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챙겨둘 필요가있는 대목이다. 이 막연한 두려움이란게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측가능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예측가능하지 못한 사회의 구성원은 응집력을 갖기 어렵고 나아가서 서로의 신뢰감을 훼손당하면서 살아가지않으면 안된다.
사실 과거사는 덮어두는게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미덕으로 평가받았던 시대를 살기도 했다. 그 어줍잖은 미덕때문에 우리는 많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개혁의 바람은 단단한 반석위에 있는 당위성을 갖는다. 그러나 명의는 충격요법에 신중하다. 충격요법을 쓰지 않고도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을땐 시간이 걸려도그 방법을 써온 지혜를 음미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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