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덕담

도시생활에서 이웃간 담을 헐자며 바로 옆집을 방문했던 어느 친구가 "다시는..."하면서 후회했다는 넋두리를 들은 적이 있다. 막상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았지만 할 말이 없더라는 것이다. 취미도, 살아온 또 살아가는 방식도다르니 화제로 삼을 만한 것도 관심거리도 일치하는 바가 없어 모처럼의 결심이 수포로 돌아갔노라고 했다.뮤는 최근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옮긴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그가 출퇴근하는 시간이면 아이.어른 할것없이 인사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하다. 아파트의 수위는 그가 발이 넓다고 의아해 한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이들을 보면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요즈음 재미있게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한다. 또릿또릿하게 잘 생겨서 앞으로 어른이되면 훌륭한 일을 할 것이라고 칭찬도 잊지 않는다. 중고등학생들의 무거운가방을 들어보기도 하고 어깨를 치며 격려도 해준다. 자기부모만 아니면 옆에어른이 있건없건 안하무인의 철이 덜 든 청소년들에게는 자네같이 용모준수한 청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듣기좋게 충고도 해준다. 이러는 사이 멀찌감치서도 이 청소년들은 벌써 뮤를 알아보고 가까이로 달려와 큰소리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조상들은 해가 바뀌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 해를 여는 덕담을 시작으로 말을 건넸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덕담을 잊으면서 살아가고 있다.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는 한쪽 귀로 흘리다 못해 오히려 가시쯤으로 여기기도 하는 세태이다.

우연한 덕담 한 마디에 고무되어 인생을 보다 윤택하게 사는 이도 많다. 돈이 들지도 않는 덕담, 아끼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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