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를 읽는 마음

문학작품을 읽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적인 문학연구가가 아니더라도 한편의 시와 소설을 읽고 삶과 인간과 자연에 관하여 잠시나마 명상에 잠겨 볼 계절이 다가왔다. 문학작품을 읽는 일에 무슨 특별한 계절과 시간이 따로 있을 수 없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저급한 상업잡지나 텔리비전을 보는 데에만 익숙해 있어서 시나 소설을 읽는 일에는 소홀한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오늘날 삶과 인간성의 황폐를 암시하는 사례들이 수없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시를 읽는 마음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현대의 산업문명이 발전해 갈수록 물질적.생리적 욕구만 충족되면 인간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 자는 곳, 입는 것의 크기를최대한으로 하거나 호화롭게 하는 일이 삶의 행복과 안정의 전부인 것으로 여긴다. 아울러 물질적.생리적 욕구충족속에 정신적.철학적 요구는 갈수록 사라지고 이것이 인간생존에 불가결한 요소라는 인식은 잊혀져 간다.한 편의 위대한 문학작품에는 메마르고 찌든 문명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정신세계와 생명현상에 대한 외경과 깨달음이 담겨있다. 훌륭한 시인의 상상력과 감수성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 착취적.억압적 삶의 상황을 강요하는산업기술문명의 시대에 시를 읽고 쓰는 마음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를 읽거나 쓰는 일, 이것은 단순히 문학교육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아니다. 우리 시대의 망가지고 일그러진 삶과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갈수록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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