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매실과 갈증

뒷날 진나라 무제가 된 된 사마렴이 오나라를 공격할때 군사들이 그만 길을잃고 심한 갈증에 허덕이며 우왕좌왕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낭패를 당한 사마렴은 문득 떠오른 계책으로 [조금만 참으면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숲이 있다]며 독려, 군사들의 입에 침이 잔뜩 고이게 해 위기를 넘기고 다시 진격했다는 중국고사가 있다.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시작된 사정에서 최근의 금융실명제 제2의공직자재산공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개혁조치가 진행되면서 우리사회는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느낌이다.처음에는 박수를 치며 우리사회의 고질이 이제사 치유가 되는구나 했던 국민들의 시선도 금융실명제실시 발표이후부터 서서히 부안을 느끼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이는 밥술깨나 먹고 나름대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계층들 이상의 이야기이다.

개중에는 금융실명제는 당연히 실시돼야 한다고 외치던 사람들까지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까 그게 아니라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사정한파가 몰아치고부터 공직사회가 얼어 붙으면서 그 여파는 경제계쪽으로 영향을 미치며 만나는 사람마다 그저 한다는 말이 [죽을 지경입니다]로 대변된다.

공무원도 죽을 지경, 불고기집주인도 죽을 지경, 룸.살롱이나 요정은 파산지경, 관청민원이 많은 업계도 [요즘 같으면 정말 못해 먹겠다]고 푸념들이다.게다가 물가까지 하루가 다르게 올라대니 서민들조차 죽을 지경이란다.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실명제라는 {태풍의 눈}이 등장하면서 미처 생각지도못했던 부작용들이 일파만파로 확산, 그 성패가 10월중순이니 올 연말이니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들뿐이다.

우리사회가 바로 나가자고 취해진 일련의 개혁조치들이 잘못된건 분명아니다.그런데 왜 그 부작용들만 부각되고 있을까.

어디엔가 이가 맞지 않는 느낌이고 뭔가 잘못돼 가는듯 하다.사실 돈을 모으겠다는건 인간의 본내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생.노.병.사- 즉돈없이 병이 들면 첨단의술도 외면한채 꼼짝없이 죽음을 맞아야 한다. 또 노동력이 없는 늙음이 오면 구차한 삶을 연명해야하며 사후에 자식들에게 그래도 뭔가 남겨 줘야 겠다는게 본내이다.

게다가 요즘같으면 40-50대에, 아니 결혼이 시작되고부터 즐기며 인간답게살려면 일찍부터 돈을 모아야 한다는 풍조가 만연돼있다.

그래서 도덕성이니 성실이니가 통하지않는다. 방법만 있으면 무슨 수단을 쓰든 끌어 모아야겠다는 배김사상이 팽배해 있는 판국이다.

돈이 많으면 그 돈을 유지하기 위해, 없으면 뒤떨어지지 않기위해...당연하것 같지만 큰 일이다.

1급이상 관직에 있는 1천여명의 재산이 우리나라 1년예산(38조)의 10%(시가로 따져)라니 여러소리 할게 없다.

만약5급으로 낮췄다면 연간예산을 상회하지 않을까 싶다.

연봉 2천만원되는 공무원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그 많은 재산의 형성과정을뭘로 설명할것이며 이를 쳐다보는 성실한 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뭐 어떻게 해 볼래야 해 볼수도 없는 약7백만세대의 {갈증}은 상대적 빈곤감까지 감안하면 더욱 배가가 되고 있다.

이들에겐 매실이 있는곳까지도 너무 멀고 침이 고이게 할 요인조차 너무 적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