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 땅의 아이들

지금 이땅의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학교에 가면 시험을 비롯한온갖 경쟁을 위한 훈련때문에 늦도록 학교에 잡혀 있어야한다. 집에 돌아오면 숙제를 해야하고, 무슨 무슨 과외교습소에 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인형이 되었다가, 기계의 부속품처럼 되었다가, 결국 돈과 권력만을 으뜸으로 알고 살아가는 어른들을 그대로 닮아간다.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른들 세계의 방식 그대로 가르친다. 어린시절부터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읽히기보다는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온갖 과외교습에 어린이들을 옭아맨다. 잠자리와 개구리를 쫓으며 산과 들판을 뛰어다니게 하기보다는 백화점에 데리고 나가 돈과 상품의 위용이 무엇인가를 일찌감치 가르친다. 별빛 창연한 들판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생명이 무엇인가를가르치기보다는 고급 호텔에서 식사하고 침대에 누워 호화와 사치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든 돈많이 벌고 출세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상품과 자동차와 빌딩의 숲 속에서 우리 어린이들의 정서와 상상력은 갈수록고갈되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컴퓨터도, 백화점의 물건도, 호텔의 고급 식사도 아니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나무와 숲과 풀잎의 숨결에 귀기울일 수 있고, 별과 이야기할 수 있는 감수성과정서를 기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커서 지금의 어른들과 똑같이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인간이 될 것이다. 온갖 더러움과 추악함으로 가득찬 이 시궁창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모두어른들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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