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파동-"지상화반대" 갈수록 고조

경부고속철도가 대구 도심 지상을 통과하게 되는 것은 대구를 남북으로 양분해 도시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지상화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2백40만 시민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상화 강행 입장을 지난18일 밝혔다.그동안 "정부가 지상화 방침을 변경하지 않으면 범시민 저지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정부의 지상화 백지화 발표를 학수고대했던 대구시의회와 7개구의회 의원들을 비롯, 경제단체, 사회단체, 학계, 언론계 관계자및 일반 시민들은 정부의 그같은 발표를 접하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대안도 찾아보지 않고 지역민의 여론을 이처럼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상화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지하화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도 "큰일났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향후 대처방안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앙 언론이 대구시민들의 고속철도 지상화 반대 목소리는 지역이기주의에서 발로한 '사소한' 지역민원이며 탈권력에서 오는 금단현상쯤으로치부하자 국회의원및 시민들은 자괴감마저 곱씹고 있다. 대구는 분지형 도시로 서울.대전.부산과는 고속철도 지상화 피해가 견줄 바 없이 지대한데도 이에대한 몰이해가 실망감을 더한다.

지난 30여년간 3명의 대통령(전두환전대통령은 경남출신에 대구공고 학연)을배출하고도 무엇하나 혜택받은게 없는 대구사람들은 그동안 '범TK세력'으로분류되며 타지방 사람들의 질시와 질타가 쏟아져도 감내해 왔다. 그러나 고속철도 지상화 반대여론을 이른바 '탈실세화'에 따른 'TK정서'로 연결짓는 중앙의 시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회 최만석의원은 "대구사람들이 타지역 사람들에게 곱게 비쳐지지않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고속철도 지상화 반대를 민원정도로 보고있는 것을 확인하니 허탈하다"고 했다. 정동수의원은 "서울, 대전사람들은가만히 있는데 대구사람만 시끄러운데에 대해 의문을 가질수 있겠지만 지상화이후의 예상되는 해악은 타도시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며 대구 유일반대에대한 공격을 맞받아 쳤다.

정부의 지상화 방침재확인 이후 지역에서는 지상화 저지 범시민운동이 불길처럼 확산될 조짐이다.

대구시의회는 경부고속철도 지상화저지를 위한 행보를 이번 주부터 재촉할방침이다. 먼저 21일에는 의장단 3명을 서울에 파견, 국무총리, 교통부장관,고속철도공단이사장들을 순방, 대구시민들의 고속철도 도심 지상화 반대여론을 전달하는 한편 22일에는 의원 전체간담회를 개최, 향후 대처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간담회에는 대구상의등 경제단체와 YMCA, YWCA, 정사협등 30여개 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할 예정이며, 경부고속철도 지상화 저지범시민대책기구 구성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7개 구의회는 이와는 별도로 22일 오후2시 대구역 광장에서 전체의원 1백80여명이 모인가운데 지상화 저지 궐기대회를 갖는 한편 1백만 시민 서명운동에 착수키로 했다.

이외에 민주당 대구시지부와 경북도지부, 대구상의, 정사협등 각종단체들도지상화저지를 위한 자체모임을 갖고 방향설정등을 논의할 예정이다.각계의 이같은 지상화 반대 목소리와 저지운동 움직임은 이번주말쯤 대구시의회가 구성을 제의한 범시민대책기구로 통합될 전망이다. 각자가 목소리를높여봤자 분산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의회 의원 전체간담회에 각계를 초청키로 한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또한 대구시의회 김상연의장이 7개 구의회 의장들의 요청에 따라 머리를맞대고 공동보조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가칭 '경부고속철도(대구통과구간)지상화 저지 범시민대책위'에는 종교계,학계, 법조계, 언론계등 각계가 참여해 집행부와 실무진을 구성하고 지상화저지 범시민운동의 방향을 찾는다는 것이 현재까지 관측되는 구상이다.대책위는 일단 '지상화 저지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원칙아래 고속철도 지상건설 경우 예상되는 유무형의 피해액을 산출하고 지하화및 노선변경등 대안을 찾는데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와함께 각종 궐기대회및 서명운동등 '실력행사'도 주저하지 않아 근래에 보기드문 범시민운동으로 발전할 조짐이다.

대구시의회 한관계자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고속철도 지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대책위의 범시민운동 방향은 노선을 경북으로 이전하는 쪽이 됐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경부선철도의 이설이 불가피한데 지하철 공사만 완료되면 예산이 충분해 대구시는 철도 이설비용을 철도청에 주고 철도를 이설, 그자리에 동서관통도로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경우 낙후된 경북지역을 발전시킬수 있고 대구는 고속철도역까지 지하철만 연결하면 고속철도의 혜택을여전히 누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

이외에 극한의 방법으로 시민모금운동의 전개도 가상할수 있다.정부가 대구통과구간 지상화를 강행키로 한 이유가 '예산 2천여억원의 절감'이 전부이므로 대구의 장기발전을 위해 대구시민이 부담하더라도 지상화는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구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으므로 2천억원을 모금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 경우 타지역사람들의 지역이기주의 주장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이점이 있다.

대구상의등 일부에서는 "대구가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지였던 만큼 모금운동의결과는 대구시민 스스로도 놀랄만한 수준이 될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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