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 최승호씨 장편소설 {시인의 사랑}

시와 소설 장르를 넘나들며 글쓰기 작업의 폭을 넓혀나가는 문인들이 최근부쩍 늘어나는 추세에서 시인 최승호씨가 장편소설 {시인의 사랑}을, 소설가박일문씨가 지난해 {오늘의 작가상}수상작과 동명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각각 펴내 관심을 모으고있다.82년 첫 시집 {대설주의보}로 제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수상등 시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최승호씨는 얼마전 시집 {회저의 밤}과 산문집{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을 연이어 출간, 시작업외에 산문에 대한 의욕을 보여 일찍이 장편소설발표가 예견되기도 했다.첫 장편소설 {시인의 사랑}(민음사 간)의 주제는 한마디로 {자유}다. 진정한사랑에 대한 자각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잠자는 컴퓨터 바이러스전문가다. 국제세미나에참석하고 귀국한 그는 시인인 아내 여옥이 분신자살한 것을 알게된다. 삶을불행으로 여기는 아내를 견딜수없어 그가 이혼을 이야기한적이 있다. 그 말이 아내에게 화살이 되어 그녀를 쓰러뜨린 것일까? 잠자는 아내에게 세상과집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으로 방황하고 때로는 아내를원망하면서 악몽에 시달리다 도시를 떠난다. 아내의 삶과 허난설헌의 삶을유사하게 생각하던 잠자는 이상한 체험을 하게되고 삶의 수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다. 이 체험은 자기내면의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길이며 고통의 류전을 감내하는 길이다. 이후 잠자는 자신의 내심을 진실로 고백할 수있는 인간이 되기위해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다.

[주인공 잠자처럼 작가 자신을 가둬온 시라는 누에의 실타래를 한꺼풀 벗어려는듯 때로는 짧고 급박한 문장으로, 때로는 변화많은 문체로 최씨는 이 소설을 풀어나가고있다]고 문학평론가 황현산씨(고려대교수.불문학)는 이 작품을 읽었다.

공식적으로 박일문씨의 첫 시집인 {살아남은 자의 슬픔}(창과 창간)은 널리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문단데뷔전 발표한바있는 시집{병영일기}(85년)와 {청년일기}(89년)에 수록된 시중에서 가려 묶은 시집이다.

작가는 {붉은 사랑}이라는 원제의 이 시집에 대해 발표하지않을 수 없는 개인적 사연을 시집후기에 시사하고있으며 이 체험을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넘기기위한 통과의례의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78년에서 92년사이 작가의 학창,병영, 청년시절의 삶의 흔적을 형상화한 이 시들은 일찍 세상을 등진 그녀와 나,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계를 별다른 치장없이 솔직하게 토로한 장시가주류다.

{거리의 햇살이 내 얼굴로 쏟아집니다/쏟아지는 햇살,그 사랑/여러 모습으로너울거리며/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나는 찻잔을 물리며 신문을 접습니다./그리고 다원의 문을 엽니다./우리가 못다한 일들/아직 지상에 남아 있으므로/나는 햇살속으로/사람들 속으로/걸어 갑니다.}({사랑을 위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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