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철도가 개통된 것은 1905년의 일이다. 그때 대구인구는 2만-3만이었다.지금의 대구역이 있는 그자리가 바로 역사였는데 도성의 북문밖이었다. 철길이 지나는 곳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야산이고 구릉이었다. 대구시가의 변두리중 변두리였다.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것은 1970년이다. 고속도로는 철도보다 더 변두리로나가있다. 동촌의 금호강을 훨씬 건너서 있다. 고속도로가 개통될 당시 대구인구는 1백만을 막 넘었을때다. 1993년 오늘, 대구인구는 2백40만이다. 경부선철도개통때에 비해 1백배이고 고속도로개통때보다 배를 넘었다. 그런데 여기에 2000년대를 목표로 경부고속전철을 놓으려 하고있다. 그 철길 자리를1세기전의 경부선철도 그대로 하겠다고 한다. 철도보다, 고속도로위치보다 더멀어져 있어야할텐데 1세기전의 그자리, 도심이 된 자리에 그대로 놓겠다는구상이다. 지금 이문제로 정부와 대구가 맞서있다. 강행하겠다는 정부와 안된다는 대구가 왈가왈부중이다.
어떤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나 도시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나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할 것이다. 반대하는 대구사람들을 지나치다고 나무랄 것인가. 지역이기주의의 발로라며 입막음 할것인가. 아니다. 강행방침을 세우고있는 정부가 못마땅해하고 겁내야 할 것은 정녕 강행을 저지하려는 거시적 반대라는 사실이 아니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하는 죽어있는 시민정신일것이다. 아닌것은 아니라고 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나서는 살아있는 시민정신을 오히려 반겨야 할 것이다. 경부고속전철건설을 두고 벌어져있는 정부와대구의 의견대립은 좋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방법으로써억지나 감정적 잡음들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지상으로 해서 될 일인가. 도심속을 시속 2백-3백km의 고속열차가 탄환처럼지나가면 그도시는 밤낮 전쟁을 치르는 도시가 되고 시민들의 정서는 살벌해질 것이다. 그 소음과 진동은 어떻게 감당하며 고압전류의 위험이나 피해는무슨수로 막을지 막연해진다. 방음벽을 높이하면 그런 걱정은 없어진다고 말하지만 지금 철도연변에 사는 주민에게 물어보라. 아니라고 손을 크게 저을것이다. 방음벽을 해서 베를린장벽처럼 이쪽저쪽을 막고산다고 하자. 도시가철저히 양분될 것이다. 정부는 기존철도에 따라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전철이 새롭게 도시를 양분한다고 말할수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건 아니다. 기존철도에다 고속전철을 붙이고 높게 방음벽을 하면 그것은 거대한 탄도가 된다.그속으로 지금보다 몇배나 많은 횟수로 탄환열차가 다니고 소음과 진동은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어 새롭게 하나의 공해벨트를 형성할 것이다. 도시를완전히 따 갈라 기형으로 만들것이다.
지하로 들어가면 단번에 풀리는 문제들이다. 수송시간 단축으로 상품원가를줄이지 않고서는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고속전철은 시급하고,엄청나게 드는 예산을 되도록 줄이려다보니 지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고 궁하더라도 바늘귀에 실을 꿰지않고는옷을 지을수 없다. 바늘허리에 매어서는 헛일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속전철 건설은 차분하게 진행돼야하고 무리를 해서는 안된다. 한 도시의허리를 밟으면서까지 지나갈 것은 아니다. 지상으로 할 곳은 지상으로 하고,반드시 지하로 들어가야 할 곳은 지하로 가야한다. 그것이 순리라면 순리를따라야 한다.
문제는 물론 돈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시민들의 동의이고 지지이다. 공사비 2천억원을 아끼려고 그런 무리를 한다면 그 대가는 돈으로 계산될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시민들의 집단저항을 불러 공사 자체가 불가능할수도 있다. 여론을 누르고 공사를 강행하여 어렵게 개통을 본다하더라도 계속되는 피해로 결국 공사를 다시하는 부담도 예상하게 된다. 정치기술이 한때는 여론을 잠재울수 있을지 모르나 영원할 수는 없다. 지역 이기주의니 대구정서니 하는 것은 한갓 한담에 불과하다. 고속전철의 대구구간 지상화반대는도시와 시민의 생존을 위한 요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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