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지하철 파동(6)-전문가 견해

인구 2백40만의 초거대 도시로 성장한 대구는 역사적으로 도시구조의 개조가가능한 단 한번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채 계획인구 35만명을 목표로 조성된도심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도시발전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경부선철도로 인한 지구분단은 남북간의 심한 불균형발전을 초래하였다. 협소하고 조밀한 도심지역의 가로망은 급증하는 교통수요를감당하지 못하고 고질적인 교통혼잡을 야기시켜 도심전체를 스프롤화시키고있는 시점이다. 현대적 도시면모를 갖추기 위하여 경부선의 입체화와 도심재개발이 강하게 요구되어 대구의 숙원으로 되었다.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으로 급증하는 수송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시급한 사회간접자본확충의 필요성에 따라 정부는 수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부고속철도계획을 수립했다. 대구구간의 통과방법을 지하로 하고 역은 동대구역에 병설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고속철도계획을 기회로 경부선철도의 동시입체화와 도심재개발의 꿈이 무산되어 아쉽기는 하였으나 국가시책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그러나 느닷없이 고속철도 대구구간의 지상화발표에 망연자실한 대구시민들은 계획변경의 부당성과 설득력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런 반대여론이 고조되는 와중에 지난 18일 청와대로부터 예산절감을 위하여 고속철도 전구간을 지상화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에 또 한번 놀랐다.

실행가능한 계획의 첫째 조건은 투자가능성이라고 하나 지역의 특성이나 여건을 무시하고 투자비절감의 이유 하나만으로 전노선을 일괄 지상화한다는 것은 계획이론은 물론 일반상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은 계획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물리적 구조물로 남기 때문에 현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까지 걸쳐 우리를 구속한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정부는 고속철도 대구구간의 지상화 이유로 경부선철도가 이미 도시를 분단하고 있으므로 이와 병행하여 건설하더라도 도시발전에는 무관하다는 그릇된사실을 들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비과학적이고 현상추종형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대구의 숙원사업이 경부선철도의 입체화(지하 또는 고가)이고 보면 고속철도의 지상화는 도심을 경계로 시가지의 남북분단을 영원히 고착시키는 결과이다. 이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대구시민의 지상화반대는 명분이 충분한 것이다.고속철도노선공간의 선택은 도시규모, 도심과의 관계, 중간역인가 종단역(종단역)인가에 따라 지하, 지상 또는 고가구조가 결정되어야 한다. 대구는 중간역이고 경부선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으므로 서울.부산.대전과는 그 여건이다르다. 지상화는 언어도단이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무계획성의 노출이라고 하겠다.

대구고속철도 지상화의 반대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다. 태평노와 경부선간의거리가 짧아 만일 경부선 남쪽으로 고속철도가 병설되면 지하차도의 교통처리가 심히 어려워지고 시야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다.현재의 경부선 부지 여유가 또 하나의 복선철도건설에는 부족해 많은 사유지와 공공시설이 편입되어야 해 그 보상비 또한 막대할 것이다. 그리고 약 17개소의 철도횡단 지하차도가 개수 내지는 신설되므로 지상화에 따른 비용절감이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자자손손의 번영을 약속받기 위한 고속철도계획이 교통부,고속철도공단 그리고 청와대에서까지 숨가쁘게 계획변경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과연 그 계획이 합리적이고 종합적이면서 과학적으로 수립되어졌을까하는 의문이 간다. 예산이 부족하면 계획변경도 가능할 것이다. 고속철도기술의 국내수준이 10%내외라면 10년정도 뒤로 미루고 그간의 수송수요는 전국 기존철도의 전철화등으로 2-3배의 수송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산악지임을 감안한다면 구배에 강한 부상열차의 도입이 경제적으로 매우 유리할 것으로 생각돼 고속철도계획전반에 재고의 여지가많았다고 하겠다.

고속철도의 대구통과방법으로는 현경부선과 일체로 입체화(모두 지하 또는지하.고가로 분리)하는것이 최상책이다. 철도로 인한 지구분단이 해소되어 도시발전이 정상화될 수 있다. 차선책으로서는 도시외곽지역으로 우회시키는 방법이다. 최하책으로는 원안으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경부선철도의 입체화는 다음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지상화반대는 결코 대구시민의 지역이기주의적 행동이나 지역정서로 간주할 수 없는 일로서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도 지상화는 무리다. 철도노선에 따른 지구분단은 도시기능보전 차원에서 적어도 고가구조는 검토되어져야 한다. 아무리 국가가 계획하고 건설하는 기반시설일지라도 그 시설이 대도시에 입지하는 경우는 그 도시의 기본계획에 수용되어야하므로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대구의 숙원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경부고속철도계획이 수정되길 바라는 마음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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