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민시대 한미외교 보다 떳떳했으면...

추석 연휴인 지난 1일 한승주외무장관이 워싱턴을 다녀갔다. 표면적인 방문목적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하며 중동복구지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김영삼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성사시키기위해 미국 정계지도자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한다.김대통령의 미국방문과 관련, 우리정부의 입장은 김대통령이 오는 22월19,20일 이틀간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각료회의(APEC)국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길에 워싱턴에 들러 클린턴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회에서 특별연설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과거 이승만, 노태우전대통령이 미국의회에서 특별연설을 했었고 특히 이대통령은 당시 6.25전쟁중이라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미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기도 했으나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개혁정치의 주역인 김대통령으로서 시골도시인 시애틀을 잠시 스쳐가는 것보다 워싱턴을 방문, 클린턴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상하원의원들을 상대로연설을 한다면 이는 김대통령 자신은 물론 1백만 교민 나아가 우리 국민모두에게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그런데 불행하게도 미국측은 김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특히 의회연설에 대해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는 오는 11월 APEC정상회담에 14개회원국중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정상들이 오는데 유독 한국의 김대통령만 워싱턴으로 초치, 클린턴과 단독회담을 갖고 특히 의회연설까지 한다는 것은 다른 회원국들에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노전대통령과는 달리 김대통령은'자존'을 내세워 의회연설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하겠다고 고집한 것으로알려져 미국의회에서는 못마땅한 표정이라한다. 이같은 한미 양국의 정상대좌를 앞두고 제기된 미묘한 의견갈등은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미국측 책임자인앤서니 레이크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신병을 이유로 한외무와의 만남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고 폴리하원의장 또한 확실한 언질을 주지않아 우리측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고한다.

강택민중국주석처럼 시애틀에서 클린턴을 만나고 돌아가든지 워싱턴을 꼭 방문할 필요가 있으면 클린턴이 서울에 왔을때 '예약'해놓든지 아니면 조던이나레이크등 '실력자'들을 상대로 확실한 로비를 하든지 해야할 것이다. 문민정부의 떳떳한 외교가 아쉬운 것은 자칫 구걸외교로 비쳐질 우려가 없지 않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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