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상식적인 안전수칙무시

쾌청한 가을을 즐기던 휴일에 우리는 또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에 넋잃은 사람들이 됐다. 전북부안연안에서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1백여명이 사망.실종한 것이다. 올들어 발생한 구포열차사고, 해남여객기추락사고와 함께륙.해.공의 3대사고로 기록될 서해훼리침몰사고도 예외없이 부주의에 의한인재로 드러나고있어 그 충격은 형언키 어렵다.큰 사고뒤엔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뒷말이 많은것은 우리의 상례이긴 하지만이번 침몰사고의 경우는 승선인원마저 당국이 파악지못해 사망자와 실종자가얼마나 되는지를 모른다는 기막힌 얘기다. 이같은 원시적인 행정이 아직도이땅에 있단말인가. 이같은 관계기관의 직무유기적인 행태가 엄연한 상황에서대형참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밖에도 사고원인으로 기상악화속의 무리한 운행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지난7월 아시아나기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한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무지한 짓이 어떻게 또 일어나 많은 인명을잃는 비극을 봐야만하는지 가슴아픈 일이다. 더욱이 악천후속에서 배를 조정한 사람이 선장이 아니고 갑판장이란 얘기도 들리는데 이럴수도 있는 일인지모르겠다.

여하튼 사고여객선은 격포와 위도를 하루 한번씩 정기운행해 왔는데 지금까지 운행에 따른 각종 안전수칙은 거의 무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으며 준비된 비극이라는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출항신고도 하지 않고 포구를 떠나 승선인원마저 당국이 감감하게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대통령은 이번 사고에도 예외없이 빠른 시일내 사고원인은 가려내 이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총리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이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이 취임후 몇번이나있었던가. 사고가 일어날때마다 엄히 지시를 한 대통령의 말도 먹히지 않고계속 사고가 일어나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잘못된 곳이 적지않음을 말하는것이다.

위에서는 꾸준히 개혁정책을 펴면서 우리사회 곳곳에 곪아있는 부분을 치유한다고 하나 이같은 개혁정신이 필요한 사회기층부에는 해이한 분위기가 깔려있어 개혁을 남의 일보듯 하는 현상이 만연돼 있는 것같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일신되지 않는한 대형참사는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

상습적인 안전수칙무시로 집약되고 있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않는한 지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예고된 참사나 준비된 비극의 씨앗을 제거할 수 없다. 정부도 이번참사가 마지막비극이 될수 있는 근본적인대책을 강구해야하고 개혁정책에도 이번 사고를 교훈으로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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