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악성-권위없는 정부는 겁없는 대중을 낳는다

우리의 근대사에서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면 모든 국민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나라의 {큰어른}이 드물었다는 점이라는 말들을 한다.사실 나라에 위난이 닥치거나 국론이 갈릴때, 또는 혼란과 무질서가 번지는데도 현통치자로서는 역부족일때, 단하마디의 말로 국민들의 마음과 생각을하나로 통일시킬수있는 큰어른의 권위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닌 경험을 안고있다.

그런 큰어른은 퇴임 통치자중에서 나올수도 있고 그야말로 죽림에 묻힌 대인중에서 나올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최근 몇십년동안 그런 나라의 큰어른을 갖고있지 못하다.

지금 큰어른이 없는 문민시대에 대중들은 과연 법과질서와 양심을 얼마나 두려워 하고 있을까. {강력한 정부}를 외치면서 사정과 숙정의 칼날이 군벌정치시절보다 더 매섭고 잔인하리만치 냉혹한데도 어쩐지 아무도 두려움을 갖고있어 보이질 않는다.

개혁을 잘한다고 추켜세우면서 막상대중들은 제몫챙기는데만 신경쓸뿐 문민정부에 대한 권위따위는 우습게 아는 분위기가 적지않다.

구청장 정도선에서 다룰 쓰레기 문제를 국무총리가 나서서 청결을 호언해야하는 상황은 항생제로 치면 통치권위의 역가저하 현상을 나타내는 예다.경제기획원 장관이 아무리 경제회복을 강조해도 기업가들은 외눈도 깜짝않은채 투자 마인드를 일으킬 생각을 않는다.

정부의 독려가 먹혀들질 않고있다.

관료계층속에서는 만사 되는일이 없다는 불신이 나올만큼 업무원칙만 계산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무엇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고있는 분위기가 도처에번져있다.약학 대학생들과 한의대생같은 젊은세대까지 교육부장관의 말씀정도는 가수아이들의 {랩}가사보다도 더 귀여겨 듣지 않는다.

개혁의 돌풍과 강풍은 정치권 꼭대기 위에서만 {감투 바꿔씌우기} 게임처럼몰아칠뿐 정작 바람아래쪽의 대중들은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다.왜들 다 겁이 없어졌는가.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두려움과 공포속에 살아야된다는 얘기가 아니다.법질서나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두려움과 겁이 사라져 갈때 공포정치보다 더문제가 된다.

질서가 흐트러지고 대중에게 겁이없어 진다는 것은 통치권의 권위가 위신을잃고 있다는 얘기다.

개혁의 수작품이라고 자평하는 재산공개만 해도 차라리 5공 초기 군벌정부는재산환수라는 강한 개혁을 가했던 사실을 감안할때, 망신만주고 부정한 돈이든 투기한 돈이든 제몫을 고스란히 그대로 챙기도록 한 문민정부의 재산공개는 {겁날것 없는} 사정의 인상을 준다.

실명제 또한 첫 발표때의 강한 기준이 완화에 완화를 거듭하며 물러서고 고쳐져서 귀빼고 꼬리뺀 당나귀처럼 돼버린 모양새를 보면서 권위에 대한 두려움이 엷어질수 밖에 없었다.

그결과 검은돈을 실명화라고 해도 차명계좌의 실명화는 10%도 안돼 27조원이라는 검은돈이 위장 실명화돼 정부의 눈을 속인채 그대로 숨어있다는 보도다.정말 두렵다면 속이지않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것이다.

갑판장이 여객선을 몰다 해난사고를 빚어내는 어처구니 없는 무모함은 바로두려워 할 구석이 없다는 배포에서 나오는 것이다.

교통부장관 목을 백번 잘라봐야 대중은 아무것도 겁날일이 없다.그리고 얼마지나면 장관만 바뀐채로 또 똑같은 겁없는 짓들을 하게된다는 관행적 불신이 뿌리깊게 배어있다.

문민정부는 바로 겁없어진 대중에게 권위를 보여주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경제를 살리자고 한마디 하면 모든 기업인이 발벗고 다시 뛰려고 나서고 약사행정의 체계를 세우자고 한마디 하면 두말없이 교실로 들어가는 권위있는풍토가 돼야 국기가 바로 선다는 말이다.

그런 권위가 서면 하늘에서 비행기가 떨어지고 열차가 땅속으로 꺼지고 여객선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문민정부는 과격하고 인상적인 {연출}보다는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생색은 안나도 정말 필요한 작은 개혁에 더 충실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가장 강하다는 정부를 매우 우습게 여기는 이유가 어디있는 것인지 성찰 해보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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