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개방에 대비하는 자세

UR협상이 연말까지 타결되리라고 한다. UR협상에서 한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쌀시장의 개방문제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쌀시장개방은 절대로 반대하겠습니다]라고 대구 신천강변에서 사자후를 했다.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취임초에는 [UR협상을 정면돌파하겠다]고 하더니 이번 국정감사때에는 [농산물시장을 모두 개방하되 쌀시장만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한국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두분의 약속이 지켜지게 되기를 바라는 바간절하다. 그런데 세계의 정세는 그 약속을 지키기가 어렵도록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예에 따라서 한국도 최악의 경우는 [개방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않는다]는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자꾸 커져만 간다.가장 좋은 표적 세계의 쌀시장은 크게 나누어 한국, 일본사람들만이 즐겨 먹는 {자포니카}쌀과 태국, 인도, 기타 모든 구라파 나라에서 즐겨 먹는 {인디카}쌀의 두가지인데 인디카 쌀의 교역량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생산국의 가격이 국제시세보다 싸기때문에 쌀시장개방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자포니카쌀을 먹는 일본과 한국의 쌀값은 세계시세의 8-10배나 되기 때문에 쌀시장개방의 가장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쌀 수요량은 약 5백만t인데 UR협상에서는 수요량의 3%(약15만t)를 현행 농산물관세 5%로 수입개방하고, 그 이상의 수입량에는 7백%정도의 관세를 부과해도 좋고, 앞으로 5년안에 의무적개방량을 시장수요의 5%로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그런데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만t(약1백만섬)정도가 미국 또는 호주에서들어올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그 수량은 그렇게 큰것이 아니고 공업원료로도원가가 싼 외국미를 이용할수가 있을 것이다. 수입미의 국내시판가격이 국산미보다도 약 반값정도가 될는지도 모른다.

가격보다 질이 문제 우리나라 4인가족 서민층의 월수입을 보너스 합쳐서 약1백20만원이라고 보고 그중에서 한달 쌀값으로 약 4만원정도(수입의 3%)가 지출되고 있다. 따라서 외국미를 사먹으면 한달 쌀값이 약 2만원 내지 2만5천원정도 되어서 1만5천원정도 쌀값이 절약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사람이월 1만5천원의 쌀값을 절약하기 위해서 수입미를 사먹겠는가. 수입미를 사먹는다면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맛이 좋아서일 것이다. 즉 한국쌀의 품질이 수입미보다도 좋기만 한다면 쌀값 4만원은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고양군의 자광미(자광미)는 값이 4배나 비싼데도 찾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입미가 값도 싸고 품질도 한국쌀보다도 더 좋다면 이것은 큰문제이다.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농민들이 미국대사관앞에서 {쌀시장개방반대}데모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농과대학이나농업진흥청앞에 가서 {좋은 품질의 쌀을 빨리 만들어 내라}고 데모를 해야할 것이다. 즉 쌀시장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고 품질의 문제이다. 그리고그 책임은 크게 보아서 우리에게 있다.

따라서 UR협상의 추진은 개방의 폭을 3%보다 적게 2%정도로 줄이고 그이상의수입량에 대한 관세는 7백%보다 더 높게 1천%정도로 해야하며 수요량5%의 개방시기를 5년보다도 더길게 7년정도로 해야 한다는 식으로 흥정을 하면서 한편으로 쌀품종을 빨리 개량하여 외국의 자포니카쌀보다도 더 맛좋은 쌀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작물화 대응긴요 일본에서는 일본사람들의 주식용 쌀의 품질면에서는 외국미에 이길 자신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쌀 시장개방은 원칙적으로 동의하되 위와 같은 내용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방압력을 피할수 있고 설사 개방되더라도 값싼 외국미는 국민이 주식용으로는 사먹지 않을 것이므로 식료품공업원료로 쓴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일본의 협상전략에서우리도 배울것이 많다.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면서도 현실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부득이한 경우에 대비하여야 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또 국내홍보용으로 농민들이 듣기 좋게 무조건 {쌀시장개방반대}만 외치다가 여의치 않으면 그 책임을 질 사람은 분명하지만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쌀이 너무나 {정치작물}화 되고 있다.냉정하게 이성으로 UR협상타개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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