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잘못된 권위의 인습

우리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풍속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담배를안피우는 사람도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식을 보면 패륜아라고 할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없지만 한편 그것이 사회의해독이라도 된다면 몰라도 경우에 따라 긍정적 측면도 있거나 혹은 무해무득하기에 그런대로 답습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권위의 근거가 잘못되었는데도 인습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의 대표적인 것이 대학교수의{회갑기념논문집}이다. 회갑기념논문집이 일제 때에 생겨난 식민지시대의 것이지만 식민지잔재라고해서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제주의 권위의상징물이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고관이나 장성의 승용차에 그의 가족이 타고 다니던 방식의 유산이다. 회갑은 자기 개인의 생일인데 제자와 동료교수에게 논문을 내게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논문집을 만드는데 비용이 들었으므로 돈 얼마씩을 가지고 오라는 통문을 발송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그러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스승의 회갑을 기념하는 것은 미풍이 아니냐고할는지 모른다. 그것도 제자를 핑계한 억지의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제자가 스승의 회갑을 빙자하여 남에게 무례를 범해도 된다는 말인가. 싫으면 안써주고 안가면 되지 않는가하고 말할는지 모른다. 그것은 기부금을 걷으면서 안내면 그만이 아니냐고 말하는 식으로 사회심리를 무시한 더욱 무례한 말이다.**회갑기념논문집 관행**

대학 교수는 정년이 있다. 정년은 생일과 달리 공적인의미가 있다. 그러므로제자나 동료들이 꾸민 {정년기념논문집}은 뜻있는 것이다. 그리고 회갑기념논문집도 남의 글이 아니라 회갑을 맞는 당자의 논문으로 모은 것이라면 그것은자기로서 뜻있고 남도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럴때도{회갑기념논문집}이라고과시하기 보다는 간행사에 밝히는 정도가 겸손하고멋있게 보인다. 그래서 근래에는 제자들이 회갑논문집을 계획하면 극구 만류하는 이가 많아졌고 필자가알기로도 제자들이 논문을 모아 편집하는 단계에서 스승이 중단시킨 경우도있다. 필자도 그런 뜻에서 엄중하게 차단해버렸다.

**학년차=계급차구조화**

잘못된 권위가 판치던 또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그것은 학원에서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말을 하대하는 등 학년차가 흡사 계급의 차별처럼 구조화되어 있는 문제이다. 그 이유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경우가 각기 다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일제시대 군국주의 교육의 유산이고 대학교에서는 근래 군사문화의 유산이다. 일제 때에 학원의 민족적 분위기를 탄압 사찰하는 방법으로 학년차를 계급으로 구조화하여 상급생을 통제하면 그이하의 학년생은 절로 통제될 수 있도록했다. 이것은 성균관이나 향교, 서원이나 서당의 어느 전통학교에서도 없던 풍속이다. 또 구한말 배재학당 등의어떤 계몽주의 학교에서도 없었다. 그런데 일제 초기에 교사가 칼을 차고 수업하던 때가 있었듯이 군국주의교육의 질서가 자리잡는 가운데 학년차가 계급이 되고만 것이다. 그리하여 전통시대의 장유유서는 봉건적이라고 빈정대는 학생이 한두 학년 아래의 후배에게 하대말을 쓰는, 그리고 하급생을 옛날 자기집의 종 다루듯이 인격을 무시하는 자기 모순을 범하게 되었다.

**상하급생간 공대말써야**

8.15해방 후에 식민지 청산을 서두르지 않았던 탓으로 그 악습이 오늘날까지내려오게 되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그러한 악습이 대학까지 만연되고 있어 대학의 지성적인 분위기를 짓밟고 있다. 그것은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 아니라5.16후의 군사문화가 학원에 침투한 결과물인 것이다. 친일파를 숙청하라고 외치는 바로 그 사람이 고등학교 옛 후배에게 하대말을 쓰는가 하면 군사문화 축출을 외치는 대학생이 후배에게 말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이러한 잘못된 권위가 우리의 지성을 얼마나 일그러뜨리고 사회발전을 얼마나지체시키는가에 대하여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에게 상하급생이 서로 공대말을 쓰도록 해서학원에 예의바른 지성의 풍토가 넘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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