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지난 8일 {국제화전략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섬유제품제조등 13개업종에 대한 각종 해외투자제한을 풀어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한국기업의 해외투자는 1980년 후반부터 본격화되었으며 그 당시 임금의 상승, 노사분규의 빈발, 구인난, 원화의 절상등으로 국내에서 생산원가가 폭등함에 따라 신발, 봉제업체등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임금이 싸고 노동력이 풍부한 동남아시아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진출한 기업들중에는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그 길지 않은 기간중에 이미 실패하여 철수한 기업들도 많으며 잔존하는 기업체들 중에도 현지인들의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많아 해외투자의 양적확대정책과 더불어 해외투자의 역사적의의 및 해외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비결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동남아진출 공과반반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우리나라의 신발공장을 들렀을 때 기나긴 벨트라인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일하는 2천여명의 현지인들을 십여명의 한국기술자들이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광경을 보았다. 5천년 역사에 외국땅이라고는 한치도, 외국사람이라고는 누구도 지배해 본 적이 없는 우리가외국땅에 와서 외국사람들을 고용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우리기업외에도 일본및 구미선진국의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해외에 투자를 하는 나라들은 대개가 과거에 식민지를 가지고 현지국의 국민들을 착취해본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지 우리같이후진국출신의 나라들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에 진출할때 동남아 국가들은 처음에는 굉장한 환영을 보였다. 국내상권은 거의 화교들이 차지하고 있고 일상용품은 일제상품이 지배하고 있어서 동남아시아에서 이 두나라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었는데이제 가난을 알고, 식민지의 고통도 알며, 최근에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룬한국이 진출하면 그 나라 경제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지배자가 아니라비슷한 처지의 형제국가로서 경제성장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후 약 5년이 지난 지금 동남아에서의 한국기업에 대한 인상은 매우나쁘다. 한국에서 쓰던 헌 기계를 비싼 가격으로 이전하기도 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단기간의 이익만을 얻으려하며 전력난 등 경제환경이 나빠지면 철새처럼 떠나버리는 한국기업의 행태에 실망하여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등지에서는 차라리 일본기업이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평판 점점 나빠져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서두른다는 평판은 국내 뿐 아니라동남아에서도 많이 나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동남아에 진출할 때그 나라들을 주권을 가진 나라로 보지않고 단순히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장소로만 보기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현지생산은 얼굴 없는 수출과는 달리 현지인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는 생활을 해야한다. 현지인들은 한달에 70달러이하를 받는 노동자로서만이 아니라 기술수준은 낮으나 엄연한 문화와 역사를가진 인간으로 대접 받기를 원한다. 이것은 또한 다름아닌 외국인 기업체에대해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전까지 요구하던, 그리고 지금도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남방정책}도 있어야 세계경제가 블록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지리적으로 블록경제를 만들 수 있는 대상으로 동남아 국가들을 빼놓을 수 없으며이 때문에 오는 ??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큰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이웃하는 동남아시아국가들과 연합하기 위해서는이들 나라들과의 무역, 해외자본협력 등의 경제적인 교류 증진과 더불어 이들 나라의 종교,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와 이들 나라에 대한 애정이 절실히필요하다. 교육기관에서는 동남아국가들의 종교, 언어, 역사에 대한 강의 및연구를 대폭 늘이고, 기업체에서는 2-3년 현지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현지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현지인들과 혼연일체가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차원에서는 6공화국 때 의식적인 북방정책으로 사회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같이 다가오는 아시아 경제시대에 우리가아시아연합의 진정한 일원이 되기 위해서 의식적인 남방정책을 수립하여야한다.
민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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