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농촌사정

*가을걷이, 풍요의 계절에 땅을 두드리며 태평의 노래를 부른다-는 격양가대신, 분노와 탄식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요즘 농촌이다. 울분을 삭이다 못해나락논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 뒤틀린 농심도 있다. *서울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이 볏단에 불을 지르는 광경을 보고 실색했지만, 이와 엇비슷한 일들이 농촌 현장서도 빈발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전남곡성의 칠십줄에든 이모농부가 수확을 포기한 자신의논에 석유를 뿌리고불을 질렀다. *가까이 있던 면사무소 직원들이 달려들어 불길을 잡았으나,여든여덟번 손이 갈만큼, 살뜰히 길러온 자식같은 미곡은, 그순간 화형을 당한셈이다. 분노끝에 뒤틀리고만 농심은, 살농정책을 중지하라며 악받힌 자해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냉해와 추곡수매불만이 농민을 거칠게한 주원인이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돼지.채소류등 농.축산물값이 연쇄폭락을 초래한것도 큰 이유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를 밭떼기로 썩히거나 소먹이로 줘야하고고추값마저 14%나 떨어졌으니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위정자들은 필요할때는 천하의 대본이며 천하의 대부라고, 농민들을 추켜세우다가도 정작 요긴할때는 외면한다. 지금 농촌의 노여움과 원망은 '농촌을 직접 챙기겠다'던 김영삼대통령에 향해질수밖에 없다. 세세년년 '분노의 쌀'을 먹어야하는 도시민도 송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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