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독한 두시인의 진정성

지금 우리사회는 모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여 높아만가고 커져만가는 것이어느새 절대선이 되고, 가치가 되어 있는 정황이다. 이는 문학의 경우에 있어서도 별반 예외가 아니다. 그럴수록 좀은 우직하고, 좀은 뒤처진 양태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문학적 진실의 자기 실현을 위해 힘써 정진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예지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간의 오해도따르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문학이 인간을 실현하고 인간이 문학을 실현한다}는 동시적 명제하에서는 따로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이렇게 하여 이달에는 예외적으로 그동안 문학적 연륜내지는 일정한 노력과성과에 비해 비교적 관심권 밖에 놓여진 두 시인을 보기로 한다. 이문길과이정우 시인이 그들이다.저들의 시에선 요즈음 양산되는 시편에서 손쉽게 발견되는 감정의 허위나,시적 필요성의 결여같은 것은 크게 배제되고 이를테면 고민하는 시인으로서의면모가 무엇보다 뚜렷하게 서정성의 자연적 인화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평소부터 관심가져 오던 터이다.

[눈내린 아침//눈길을 가다/눈속에서 잡은 작은 들쥐의 눈(......)사방을 돌아봐도/집있는 곳 보이지 않고/놓아주려해도 골짝은 눈뿐이다](이문길 {들쥐}부분, {주인 없는 산}(시집)(1)

[이 저녁시간에 나는/길가에 앉아 있습니다/아침부터 해질무렵까지/내곁엔아무도 없었습니다//(......)저 들판에서 노을진 하늘가로/길잃은 바람이 불어가고/산그늘 속에서 무명(무명)의 새들이/재빨리 날아갑니다//노방(노방)의앉은뱅이 나는/이젠 정욕도 애욕도 별로 없습니다](이정우 {앉은뱅이꽃의 노래}부분, 현대시, 1993년 10월호)(2)

이상의 시편이 환기하는 고독과 연민의 정서는 한 시인이 지속적으로 감당해야할 엄연한 몫이 되며, 번민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흡사 B.파스테르나크의{겨울눈}을 연상케도 하는 시(1)의 경우, 우리는 시인의 고독이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그리고 대상을 접근하는 태도나 방식에 있어서 들뜨지 않고 얼마나나화해 있는가를 목도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시(2)의 경우, 병적 체험을 통한 자기정관적 태도가 매우 담담한 고백체의 어조로 자연적 인화의 방식을 통해 드러나 있다. 현실적 삶과 그런 삶의 초월 사이에 갖게 되는 고통의 무게는 이시의 진정성을 휠씬 배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시인에 이르는 길이 사제에 이르는 길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형식의 문제는 제하고라도 이상의 시편이 주는 진정성의 시적 실현 문제는 분명 남다른 데가 있다. 그들의 앞날을기대하며 최근들어 대구시단의 활기 또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보다 욱일승천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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