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방미결산 춘추사특파원 방담

*먼저 이번 나들이의 의의와 평가를 한후 독자들의 이해 편의를 위해 김대통령의 일정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지요.*이번 김대통령의 방미목적은 교민들과의 만남, APEC회의참석, 한미정상회담등 크게 3가지로 {다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그 의의와 평가도 서로 다를 수가 있지만 한마디로 개혁으로 얻어진 김대통령의 국내의 지도력과 인기를 세계적으로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취임 9개월만에 클린턴대통령을 세번째 만나 북한 핵문제는 물론 경제통상문제,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APEC에서는 지도자회담과 개별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제고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핵문제는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한에게는 우리를 제치고 미국과 모든것을 해결할수 없다는 사실을 경고했고 미국에 대해서는 핵문제에 대한 주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APEC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적인 입장}을 견지해 아세안 국가로부터 다소 차가운 반응을 받았고 클린턴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시장개방이라는 또다른 짐을 안고 온 셈이지요. 게다가 교민들의 경우 시애틀의 한 교포신문의 제목처럼 {열망이 실망으로}변했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민생활에 지친 재미동포들이 고국의 문민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2중국적문제, 본국재산처분문제등에 관한 무슨 선물을 줄까 기대를 했지요.*각론에 들어가 첫기착지인 LA에서의 얘기를 좀 해보지요.

*아시다시피 LA에서는 지난해 4.29폭동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와 범죄에서 시달리는 교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정도 회담에 앞서잡았고 가는 곳마다 리셉션을 베풀어 위로와 당부를 했지요. 교민들도 비록선물보따리는 없었지만 과거 고국 대통령이 올때마다 약방감초같았던 {방미반대} {살인자} {독재자}등의 비난구호가 없어 모처럼 한마음이 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LA에서 대통령이 미국 경호팀의 반대로 교민가게 방문계획이 벽에부딪치자 다음날 아침 장소를 바꿔 전격적으로 설렁탕을 하는 교민식당에 들러 환영을 받았지요.

*시애틀에서의 개별 정상회담의 얘기를 해보시지요.

*개별정상회담은 초점은 역시 중국의 강택민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강주석과회담에서도 김대통령은 특유의 뚝심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핵문제에 중국이 팔짱만 끼고있지말고 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면 우리는 경제적으로적극 돕고, 무엇보다 독일식 흡수통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강주석이 원칙적인 말만 한것으로전해지고 있지만 김대통령을 배석한 한 관리의 표현은 [일단은 한번쯤 기대를해볼수 있는 반응]이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김-강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최근 소원해진 중국의 대미관계개선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한것도 이색적이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논의, 강주석의 방한초청등도 의미를 찾을수있겠습니다.

*블레이크섬에서 열린 APEC지도자 회의는 세계적 관심을 모았는데|.*그렇습니다. 블레이크섬에서의 ??개국 정상들이 이마를 맞댄 것은 만남의형식부터 화제가 됐고 특히 APEC의 출범에 직간접 영향을 받게되는 EC국가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김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하던데요.

*실제 김대통령은 첫날 발제를 하고 폐회때 평가발언을 했으며 특히 내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김대통령도며칠뒤 워싱턴 교민들과의 만찬에서 [시애틀 지도자회의는 내가 하고자 하는대로 됐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국내보도처럼 첫날 발제를 한것이기조연설은 아니었습니다. 박재윤청와대 경제수석이 시애틀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할때 한 일본기자가 [다른나라 정상들도 똑같은 시간을 할애받아 연설을했는데 김대통령이 단지 순서만 처음 했다고 해서 기조연설을 했다고 할 수있는가]고 묻자 박수석이 [기조연설(Key note)은 본래 시구(Kick off)라는 의미가 있다]고 대답,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요.

분명한 것은 김대통령이 아세안국가와 미.일등 선진국정상들간의 교량역을했고 그의 40여년간의 민주화 노력이 화제가 되는등 개인적 위상을 크게 신장시킨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아세안의 반발을 고려, 한국을 내세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한국이 적극 나선것은 실무총책이었던 권병현외무부외교정책실장의 표현대로 [APEC성공은 곧 한국의 입지 강화]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도 우리의 이익과 어긋나면 한국이 앞장서지 않지요.*APEC지도자회의에서 김대통령이 제의한 [협력없는 경쟁시대에서 협력있는경쟁시대]라는 말은 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APEC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한 표현이었습니다.

*김대통령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중국 강택민주석이 첫날 회의에서 APEC내군사기구 설치를 반대한 것은 {신태평양 공동체}설치로 이지역에서 경제외적으로도 맹주 노릇을 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제동을 건 것이라 보입니다.*워싱턴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두정상은 회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마치 선문답을 하듯 핵심을 피했습니다.

분명한것은 단독정상회담이 당초 35분간에서 근 90분간으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두정상간 상당한 이견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두정상의회담후 반응을 살펴봅니다.

김대통령은 [할말은 다했다. 북핵에 관한 대안에 대해 정리가 됐다. 팀훈련중지를 결정하는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고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상호사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일괄타결이니 포괄적 타결이니 하는것은 터무니없는 오보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하루전 [내일 정상회담후 주요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말했던것과는 달리 [현재 북한에 대해 당근을 줄 계획은 없다. 미국의 기존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회담후 미국언론에서는 [한국이 대북정책을 이랬다 저랬다 한다]고미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하는 것을 보면 회담의 성패를 떠나 김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전달하기위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마치 북한핵문제를 미국이 주무르는 듯한 최근의 일련의 흐름에 대해 김대통령이 제동을 건 셈이지요. 백악관에서도 뚝심이 통한 셈입니다.*취재 뒷얘기도 좀 하지요.

*김대통령의 일정이 30여가지가 넘을 정도로 너무 빡빡해 스스로 [정신이 멍하다] [밥먹을 시간마저 없다]고 할정도 였습니다. 고령인데도 매일아침 8km씩 조깅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 미국언론도 대단한 건강이라고 했습니다. 즉석연설에서는 특유의 실수가 여전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지요. 워싱턴 교민만찬때는 선택의 주요함을 강조하던중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고 여자가 여자(남자의 잘못)를 선택하는 것도|]고 말한후 잠시 말이 막히자 [하여튼 그반대입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지요.

시애틀에서는 [여러분이 미국의 주인입니다]고 할말을 [미국이 여러분의 주인입니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교민만찬때는 그의 개혁정책이 주메뉴로 거론돼 박수를 많이 받았지요.

블레이크섬에서는 한국사진기자들이 다가가자 다른 자리에 있다가 강주석과클린턴대통령사이 빈자리를 잽싸게 차지한후 클린턴에게 {코리언 뉴스 페이퍼}라고 말해 야당투사 출신다운 순발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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