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인박봉 허덕...핵유지비는 넉넉

모스크바 동남쪽 8백여km지점 시베리아 대초원 깊숙한 곳에는 옛소련군의 최정예부대였던 아나톨리 시드야킨장군 휘하의 제27사단이 평화유지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훈련을 하느라 야단이다.이 제27사단은 과거 동독에 주둔하면서 미군과 눈을 맞대었던 옛 소련군최강의 부대였고 지난 54년에는 핵실험을 한후 지상군의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명분아래 그 폐기물을 처리케 했던 바로 {공포의 부대}이다.그러나 적이 사라진 지금 말로는 평화유지군으로 재편한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 실질적 변화를 하지 못하고 시베리아의 혹한을 어떻게 날까 고민하고 있는게 고작이다. 탱크를 제외하고는 8천5백여분대가 사용할 무기도 부족하고 돈이 너무없어 부대휘장을 팔아 보드카를 사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5백만명이나 되었던 옛소련군이 지금은 2백여만명, 오는 95년에는 1백50만명으로 감축(헌법에 명시)된다고 하지만 이 부대에는 이같은 감축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있다.

사병들은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 가버리고 대신 여군들이 늘어나 붉은군대전체의 여군수가 10만으로 불어났다. 이부대 장교의 아내인 안나 코발일병(26)은 6살난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오직 먹을 게 없어 지난해 지원을 했다.[나는 애기의 우유값을 마련하기 위해 보초를 서고 있다. 한때 흥청거렸던병영에 이제는 고드름만 수북히 달려있는 것을 보니 너무나 처참한 생각이들고 엘리트였던 남편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안나일병은 눈시울을 적셨다.그녀는 남편이 월급을 7만루블(약51달러:4만원)이나 받고 자신도 평화유지군이라는 새로운 임무때문에 다른군인들보다 50%나 많은 월3만2천루블(26달러:2만2천원)씩 받지만 세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빠듯하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모스크바를 지키는 공수부대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같은 현상이다.제27사단은 평화유지군으로 이제 뚜렷한 적이 없이 지역의 평화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망치와 낫이 그려진 깃발.구형탱크.낡은 총기류등 무기는 그대로다.

무엇보다도 붉은 군대의 총은 약간 녹슬었지만 핵무기는 더욱 빛나고 있다.[우랄산맥 깊숙한 곳에는 기술자들이 핵전에 대비, 지하본부를 짓느라 바쁘고 미사일을 실은 잠수함과 교신하기 위해 각종장비를 도입하는데 수십만달러를 투자했다. 러시아 군인들의 월급은 줄어들었지만 핵초강대국의 이미지는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냉전시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직도 지하격납고에는 1만여기의 핵탄두(러시아에 7천기)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탄두가 1개인 SS-25기를 비롯, SS-19, SS-24등 다탄두미사일등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로재래식군대는 해체됐지만 미사일과 핵무기는 그대로이다] 한 소련군장교의말이다.

다시말해 지금 붉은 군대는 새로운 군사독트린에서도 상대에게 먼저 핵공격을 가할수는 없지만 먼저 핵으로 공격을 가해오거나 비핵보유국이라할지라도핵보유국의 도움을 받아 공격을 해오면 핵으로 반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핵무기에 대한 분명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

미국전략문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지난 85년 소련군의 군사비는 2천4백10억달러였었으나 92년에는 6분의1에 불과한 3백96억달러로 줄어들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핵무기유지에 소모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핵강국 러시아를 달래기위해 펜타곤(미국방부)은 내년봄 러시아 제27사단과 미제3보병여단의 합동 군사훈련을 추진하는등 갖은 방법을 모색하고있다. 미국의 이같은 속셈은 군부지도자들을 개방시킴으로써 곧 이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옐친을 지지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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