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행국회 앞으로 어떻게 되나

민자당이 결국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감행했다. 문민시대와 전혀 어울리지않는 사건이어서 충격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로인해 정국이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파행정국으로 치닫고 있고 이 후유증으로 인해 정국경식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더욱이 이번 국회의 파행은 새정부와 민자당은 물론 민주당내 정치권 전체에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여권이 문민시대를 얼룩지게 하고 특히 김영삼대통령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이같은 무리수를 던지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몇가지로 살펴볼수 있다.

우선 첫째로 야당에 밀릴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사실 그동안 여당은 파국보다는 협상을 통해 문민정부 첫 정기국회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야당이 급기야 간첩죄, 외환죄,군사반란죄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라고 주장하는등 사실상안기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수 있는 조치들을 요구하고 나오자 더이상 질질끌려 다닐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것으로 추측된다. 통신비밀보호법등에서 적잖은 양보를 한것도 사실이다.

물론 김대통령이 최근 누차 강조한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강행처리지침도 족쇄로 작용했다고 볼수있다. 만약 이말을 지키지 않을경우 강한 정부의 이미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기때문이다. 또 김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방식의 정치철학도 한몫을 했음을 부인할수 없다는 얘기들이다.

두번째로는 코앞으로 닥친 쌀개방문제때문으로 분석된다. 조만간 쌀개방과관련한 UR협상결과가 나오고 이에따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에 정국의소용돌이는 걷잡을 수 없는 만큼 미리 예산안등 국내현안들을 해결해 두어야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작용을 한 것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날치기강행처리에 대해 여권나름대로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날 여당의 태도는 김영삼정부의 대국민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여당은 당장 대통령의 3대개혁조치의 하나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정치관계법의 이번 국회내처리는 어렵게 되는 손실도 감수해야할 형편이다.야당으로서는 상당한 선까지 양보를 얻어냈던 안기부법의 개정을 놓쳤다.한편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로 정국이 극도의 경색국면으로 들어갈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쌀개방문제와 겹쳐 정국의 혼란은 가속화될것으로 보인다. 특히 쌀문제로 장외투쟁계획을 잡고있는 민주당을 불길에 기름을 붓는 식으로 더욱 자극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번 여야협상과정에서의난맥상을 보여줄 정도로 복잡한 집안사정을 안고 있는 민주당이 내홍을 겪을가능성도 높다고 할수있다. 이번 여야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민자당지도부의무능도 적잖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예산안처리로 인해 정국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자 정가에서는 김대통령이 여권의 당정개편을 통해 궁지에 몰린 난국을 돌파할 것이란 조심스런 추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쌀개방문제가 윤곽을 드러낸후 연말이나 연초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여전히 정국주도권을 쥐고있는 김대통령을 마냥 밀어붙이는것이 득만 된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뭔가 정국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도 부분적으로 있을 것이란 견해도 적잖다. 이미 이기택민주당대표는 3일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초청특강에서 여야간 냉전상태를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영수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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