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쌀시장은 열리는가

우리가 쌀을 버리고도 살아갈수 있을까. 아니면 살기위해서는 쌀을 버릴수밖에 없는가. 우리는 지금 그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오는 15일로 시한이 정해져 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쌀시장개방요구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쌀을 버려야하고 쌀을 끝까지 지키려면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버려야한다.경쟁력 상실 불보듯 쌀을 개방하게되면 쌀을 중심한 우리의 농업기반은 무너지게 된다. 외국밀이 수입되면서 우리의 밀밭이 사라졌고 외국면이 들어오면서 목화밭이 없어졌다. 외국쌀이 들어오면 우리의 벼논이 사라질 것이다. 현재 외국쌀보다 4배나 비싼 우리쌀이 경쟁력을 완전히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게되면 쌀농사로 살아오던 농민들은 벼논에 과일.채소류등을 대신 심게되겠지만 그마저 과잉생산으로 값이 폭락하면 결국 농촌을 떠나야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우리로서는 외국쌀이나마 사다먹지 않을수 없게 되는데, 그때는 외국쌀수출국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새로운 불안을 갖게 된다. 70년대 오일쇼크때 중동산유국의 석유무기화에 대항하여 식량무기론이 대두되었다. 80년1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이 이의 제재조치로 소련에 팔기로 약속했던 밀가루.옥수수의 수출을 금지했다. 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입하자 미국.영국이 이라크에 해상봉쇄 조치를 함으로써 식량 75%를 수입에 의존해온 이라크는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최후까지 남을듯 쌀은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지역에서 생산되어 생산량은 거의 자급되고 무역거래는 총생산량의 3-4%에 불과하다. 태국이 최대 쌀수출국이고 미국도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지만 수출을 주도하는 것은 나라가 아니라 미국을 근거지로한 다국적 곡물상사들이다. 이 곡물메이저들은 종자개발에서부터 곡물 판매에 까지 일관되게 교역을 장악하고 있는데 미국의 5대 메이저가 미국곡물 수출의 80%, 전세계 교역량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니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쌀시장 개방요구도 미국행정부의 압력단체인 이 곡물메이저의 영향이 큰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쌀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같은 수입국의 농업은 파괴되고 이런 소수 곡물메이저의 수중으로 들어가게될것이다.

86년부터 시작된 UR협상은 비교우위를 근거한 자유무역이론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농산물 그룹의 합의초안의 주요내용은, 이미 자유화된 농산물의 관세는 현행 수준이상으로 올리지 않도록 GATT에 약속하고 현재 남아있는 수입제한 품목의 수입은 모두 자유화하며 전면적 수입자유화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위해 초기에는 국내가격과 국제가격간의 차액을 모두 관세로 흡수한다음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어 나가는 것으로 돼있다. 농산물 수입국들이 주장하고 있는것은 농업의 {비교역적 고려사항}이다. 농업은 경제적인 교역적 측면만 있는것이 아니라 식량안보 지역의 균형발전 전통문화보호라는 비교역적기능을 행하고 있으므로 최소의 농업과 식량자급률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논리다.그러나 수입국들의 중요성강조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주요의제로는 채택되지않고 있다. 최후까지 반대쪽에 남을 나라는 한국이 될듯하다. 일본은 이미개방쪽으로 돌아섰고 캐나다.스위스.멕시코등은 대부분 EC 혹은 NA로 갈것 같다.

정부의 최선의지 기대 정부는 그동안 {개방불가}만을 외쳐오던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 UR에 고위대표단을 보내는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리도 최악의 경우 일본식(관세화유보.6년동안 국내소비량의 4-8%를 현행관세대로 수입. 관세화문제는 그후 협상)으로 쌀시장문제에 접근하고 개도국임을 내세워 관세화를유보하고 10년동안 소비량의 3-5%를 수입하는 방안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태풍과 다름없는 쌀개방의 협상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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