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도 무색케 만든 휴일 하루였다. 쑤셔논 벌집같았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당치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대폭적인 당정개편 소문으로 관가는 물론가뜩이나 국회문제로 정신없는 정치권을 뒤숭숭하게 만든 하루였다.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쌀개방 절대불가}라던 것이 정부와 집권민자당의공식방침이었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벌써 우리곳간의 빗장이 반쯤은 열렸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짜고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당국이나 정치권등에서는 개방 하루전까지 {부가} 소리만 외치고 있었다.농민을 위한다는 농림수산부는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그렇다고 치자. 다른부처인사가운데 어느 누구도, 단 한번이라도 불가피론을 펴며 사후대책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책임있는} 집권여당도 공식적으로는 쌀개방의 {쌀}자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대통령도 지난해 대통령선거시 "대통령직을 걸고 서라도 쌀개방을 막겠다"고한 언급외에는 어떤 다른 얘기도 없었으니 그 밑의 각료들로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봤는지도 모른다. 다들 예상했으나 김영삼대통령은 "미국가서도 쌀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러니 정부의 말만을 믿은 순진한 백성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쌀개방문제로 전국이 뜨겁던 이날 정가일각에서는 대폭적인 당정개편소문이 정.관가를 긴장시켰다. 민심을 수습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진짜로 바꿀 모양이다.
주무장관인 농림수산부장관을 시작으로 경제관련부처 장관들이 바뀌고 민자당의 정책관계자도 새얼굴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어차피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날아가는}희생양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바뀐다고 생각대로 분위기마저 바뀌고 {새}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인지는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또 쌀문제로 책임져야할 인물이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치단결}해서 대통령과 같이 한목소리를 냈는데 누구는 자르고 누구는 안자르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잘린 사람만 재수없다"는 소리가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구인데 힘없는 각료들만 희생양이 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가 만사}이긴 하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바꾼다고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얼굴만 바뀐다고 {새}출발이나 국면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갈아치우기보다는 발등에 불덩이가 떨어진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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