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북핵.주한미군 증강론의 함수

북한의 핵문제가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2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증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냉전적 대치가 계속되는 한반도의 사정을 감안할때 한국안보에 도움이 될 주한미군의 증강이 문제시 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것이라면 우리는 호흡을 멈추고 그 배경을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군사행동 안될말 {일괄타결}{포괄적 핵해결}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핵해결}등숫한 용어들이 량산되었음에도 북한의 핵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다.이 시점에서 나온 주한미군 증강설은 여느때와는 달리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음을 항변하듯 미국의 주요언론들이나 오피니언리더들이 강경선회를 촉구하는 시점에 나온 미군증강론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시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의 대남보복 공격에 대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정말로 대북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인가. 안될 말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조야의 강경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이 IAEA와의 안전조치협정을 지연시키면서 핵사찰을 거부하던 1991년에도 {영변폭격론}이 흘러나왔고 사찰을받던중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사실이 확인된 92년 봄에도 북한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같은 강경발언은 월포비츠 국방차관보,솔라즈 하원아태위원장, 칼포드 국방부 부차관보 등 거물급 지도자들의 입을 통해 이어졌고, 지난 11월7일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NBC TV에 나와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분명히 미국의 대북군사제재시 북한의 대남보복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며, 이 시점에 터져 나온 미군증강론은 미국의 대북공격의지를 반영하는 것같이 우리를 심히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역설적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군사행동은 있기도 어렵고거론되어서도 안되는 것으로 믿는 사람이다.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기 어려운 이유로 명분부족을 드는 사람들이 많으나,그보다 더 큰 이유는 1995년 NPT가 종료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NPT는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아 인류의 핵평화에 기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비핵국들에게만 핵보유를 금하고 사찰의무를 부과하면서 기존의 핵국들에게는 핵독점권을 안겨주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점 때문에 제3세계의 거센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에 제3세계의 반미감정을 불러일으켜서 1995년의 NPT연장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다.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끌려다닌 말못할 이유도 사실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국이 당한 부수적 피해때문이라도 대북군사행동은고려되어선 안된다.

주권국에 외교적 무례 영변지역에는 1백메가퀴리 이상의 핵물질이 집적되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폭투하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의 수천배에 달하는 양이다. 영변의 핵시설물이 초토화되었을때 한반도 전역이 방사능 오염지대로 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울러,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는다치더라도 북한이 대남보복을 가할 가능성은 적지 않으며, 만약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이 우리의 9백50메가와트급 원전 1기만을 파괴한다 하더라도 우리는2조원의 건설비 부담과 아울러 상당기간동안 전력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어찌그뿐이겠는가. 평양정권은 북한주민의 복수심을 부추기며 통치기반을 다질것이며, 남북한관계는 파탄상태가 될것이다. 실향민들은 자신들의 고향땅이우방국의 미사일들에 의해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낄 것이며, 우리의 통일염원은 물거품으로 변할 것이다. 필자가 미국의 영변폭격론 거론을{주권국가에 대한 외교적 무례}로 보는 것은 이때문이다.

물론 {군사행동 불사}의 모습을 보여야만 군사행동없이 북한의 핵포기를 끌어낼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북한의 핵보유를 원치 않으며, 북한 핵보유를 방지하기 위한 한미공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바꿀수 있는 방법이라면 거론되어서도 안되고 실행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때문에 대북제재는 경제제재에 국한되어야 하며, 필요하면 {가혹한}것이 되어도무방할 것이다.

핵문제본질 바로 알라 미국의 언론들은 요즘 한국의 변덕성을 불평하는 모양이다. 남의 일이라 그렇게 말할수는 있으나, 사실은 그것이 바로 북한핵문제의 본질이라는 점을 미국 언론들은 이해해 주어야한다. 대북 군사공격을 전제로 하는 주한미군증강이라면 우리는 숨을 멈추고 그 의미를 생각해 봐야한다.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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