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제는 대통령이 나설때다

쌀 개방문제와 관련, 이를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정국이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어젯밤 이루어진 한.미정상간 전화회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은 30여분간의 전화통화에서 주요현안인 북한핵문제와 쌀시장 개방문제를 논의했으나 우리의 궁금증은 아무래도 쌀문제에 더 비중이 감을 부인하기 어렵다.우선 국민들의 의문은 7년간 버텨오던 쌀 개방문제가 어떻게해서 하루아침에무너졌는가하는 점이다. 막바지까지 {개방절대부가}를 외치던 정부가 우리대표단이 제네바에 도착하자마자 태도를 돌변, 개방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입장을소상히 밝히지 않았기에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농림수산부를 비롯한 정부관련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집권여당쪽에서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왜 정부.여당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가. 적당히 시간만 끌면 국민의 분노가 사그러들 것이란 안이한 생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반문하고싶다. 하지만 과연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지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쌀개방문제를 사실상 확정해놓고 겉으로는 시치미를 뗀 정부의기만이나 부도덕성을 따지기조차 역겨운 심정이다. 그보다는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을 어떻게 끄느냐가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정사실화된 쌀개방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느냐에 모든 노력과 지혜를 짜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있는 자리의 어느 누구하나 나서서 구체적인 대안이나 설명을 하지않고 있는게 안타깝다.

이런 시점에서 한.미 두 정상간에 오간 전화회담이기에 관심을 더욱 끌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운 것은 김대통령이 지난번 미국에서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왜 쌀문제에 관한 논의를 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귀국후 국회에서의 연설에서 김대통령은 쌀얘기는 전혀 거론된바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고 한 대국민 공약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유추해볼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같은 약속의 이행여부를 따질 겨를이 없을만큼 급박하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침묵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수 없다. 솔직히 사과할 것은 하고, 주어진 여건에서최대한 국익을 추구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논이 분열되고 민심이 이반되면 나라가 쇠퇴해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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