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대국민 특별담화 의미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김영삼대통령이 9일 마침내 말문을 열면서 {쌀정국}타개를 위한 정면돌파에 나섰다.김대통령은 이날오전 청와대춘추관에서 황인성국무총리를 비롯한 전국무위원과 박관용비서실장등 전수석비서관이 배석한 가운데 {고립을 택할 것인가, 세계로 나갈 것인가}라는 제목의 대국민특별담화문을 발표,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타결에 대비한 국내 쌀시장 부분개방의 불가피성을 밝혔다.김대통령은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담화에서 "지난 대통령선거당시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쌀시장 개방을 막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앞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김대통령은 "과연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놓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고뇌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고 "국제사회 속에서의 고립보다는GATT체제속에서의 경쟁과 협력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김대통령은 이와함께 "지금 이 순간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마지막 하나라도 더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앞에 보고 드린다"고 말하며 거듭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부득이한 개방과 그에 대한 반대가 정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며 국민과 정치권에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 줄것을 호소했다.김대통령은 쌀시장 개방에 따른 정부의 향후 대책을 강도높게 천명, "농어촌구조개선을 앞당기는것, 농산물 개방과 관련한 이익을 농민에게 돌리고 우루과이 라운드로 생기는 이익을 농촌에 환원하는 것은 물론 농가보상, 농지를비롯한 농업관련 제도와 구조의 개혁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당초 담화를 발표하더라도 쌀개방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12일이후에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7일밤 클린턴미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도 불구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없는 상황에서 미루면 미룰수록 오히려 국민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에서 담화발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쌀개방 문제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쌀개방 반대시위등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대한 여론의 따가운 질책도 서둘러 담화를 발표케 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과 청와대는 방미이후 쌀시장 개방문제가 터져나오면서 이 문제 해결을 놓고 내심 심각하게 고심을 해 왔다.

특히 청와대측은 지난 대선당시 "쌀시장 개방만큼은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는 김대통령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문민정부와김대통령에게 적지않은 흠집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는 데에 부담감이 가중되어온 것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쌀시장 개방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쌀시장 개방저지가 대국민 약속이었다는 압박감때문에 그 해법을 놓고 고뇌를 거듭해 왔다.

심지어 청와대 일각에서조차 이번 쌀문제를 신정부 출범후 최대의 시련으로받아들이는 위기의식까지 없지 않았다.

이때문에 김대통령은 클린턴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쌀문제 해결을 위해안간힘을 쏟는등 정치적 해결까지 모색했으나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데다 농민등 국민들과 야당의 시위등 반발이 갈수록 거세져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언급하는 것은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입장표명을 피해왔으나대통령의 침묵이 농민들의 설득을 더욱 어렵게 할뿐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직접 난국타개에 나서게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정부는 15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신경제회의에서 농촌경제를살릴수 있는 광범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김대통령이 이날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부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민심수습과 정국타개를 위한 여야영수회담개최, 대폭적인 당정과 청와대참모진에 대한 개편등 모종의 후속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담화발표가 벼랑에 몰린 정국을 풀어 나가는데 얼마나약효가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김대통령의 해법에 관심이 쏠릴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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