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공감대' 건전한 승화를

계유년 한해 대구 사람들은 자주 곤혹감을 곱씹어야 했다.문민정부 출범이후 사정, '대구동을 국회의원보궐선거', 경부고속철도 지상화 반대등 몇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대구가 마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국가적 대세인 '개혁'마저 거부하는 정서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집합체로치부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대구, 경북출신 인재들이 대통령, 곧 권력의 주변에 서서 나라의 근대화와 민주화 작업 추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게 바로 엊그제였기에 그 당혹감은 더욱 광범위하고 정도도 심했다. 간혹 '모멸'로 간주하고 발끈하기도 했다.

국회 내무위가 대구시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는 현장에서까지 지역출신 유력정치인이 대구시장에게 그 실체와 치유책을 묻기도 했던 이른바 '대구정서'란 신조어가 바로 대구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한 '원인 단어'였다.'대구정서'란 용어는 사정한파에 몰려 의원직을 떠난 박준규전국회의장의 공백을 메우는 '8.12동을보선전'의 개막과 함께 태동한 것으로 보인다.'김영삼정부 국정수행 1백일'에 대해 국민의 90%가량이 긍정평가하는 것으로알려지던 시점에 대구시민들은 55%만 긍정평가하고 나머지는 평가를 유보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대구시의회 의장 선거에 출마했던 민주계 인사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일이 특이상황이라할 선거전 개시와 함께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민자당 후보 지원차 대구에 내려와 있던 국회의원들은 심심찮게"동을 보선의 최대 적은 대구정서"라고 말했다. 입후보자들도 물론 합동연설회등 기회있을 때마다 '대구정서'를 들먹였고 다수 언론들이 여과없이 이를활자화하는 바람에 '대구정서'의 존재는 기정사실로 굳혀져 갔다.보선은 물론 민자당의 참패로 끝났다.

그러나 정작 민자당의 적은 '대구정서'가 아니라 막판에 터진 금품살포 시비와 '일하지 않은' 민자당출신 지역 의원이란 보편정서가 적이었다는게 중론이었다. 또 섬유와 건축경기 장기침체에다 사정한파까지 겹치는 바람에 지역사회에 널리 퍼진 "장사안된다"는 서민의 목소리가 민자당에게는 난적이었다는분석도 나왔다. 장사안되는 것은 당시 전국적 현상이었지만 경제구조가 취약한 대구는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취약한 산업구조 개편에 도움될 것으로 평가되던 삼성자동차 공장 대구유치 불투명설도 그래서 민자당에 상당히불리하게 작용했다.

동을 유권자들의 선택은 옳았고 훌륭한것으로 평가되었다. 오비이락격인지는모르지만 금권타락선거에 대한 단죄로 '금융실명제'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추정까지 나돌정도로 나라의 역사진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하는 여론이 없지 않았기 때문.

현정부에 대한 55% 긍정평가 수치도 90%이상이란 '맹목'보다 훨씬 이성적이라 볼수도 있다.

한 사회, 특히 외부인의 유입이 적은 대구에 특수정서가 존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구.경북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 타당한 공감대가 이른바'대구정서'라면 그 존재를 애써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구정서'는 소아병적이거나 비이성적이어서는 곤란하고 탈권력에따른 금단현상 성격이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소아병적 '대구정서'가 서울등 타지역 일부사람들이 갖고 있는 왜곡된 시각이라 치더라도 지난 한해동안 대구가 그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를 조금이라도 제공했다면 대구사람 스스로 그 오해를 없애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비뚤게 바라보는 눈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여 자성부터하고 행동으로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의연함을 발휘할 때인 것이다.대전의 엑스포유치, 광주의 첨단과학단지 준공등과 견줄수 있는 그럴듯한개발실적이 대구.경북에는 근년들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투정을 부려서는 안된다.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문제해결 또는 전진을위해 노력해야 하고 건강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떳떳함'을견지해야 한다. '대구가 뭐길래...'란 발언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과거 대구는 4.19의거의 도화선이 된 2.28의거를 일으켜 질곡의 역사를 바로잡는데 앞장섰고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는 국채보상운동을 펼쳐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시도도 했었던 것. 이는 모두 건강한 '대구정서'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했을 자랑스런 기억들이다.

갑술년 새해엔 소아병적 '대구정서'가 아니라 자랑스런 '대구정서'에 충만한도시로 승화시키는 것은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몫이며 이미 이같은 대구 정서 승화에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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