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송년모임 참석과 그동안 소홀했던 친지.주변사람들에게 인사를 챙기는등 이래저래 마음이 바빠지는 12월이다.지난 한해동안 쌓였던 긴장과 어려움을 잊는다는 의미의 망년. 우리나라사람이면 누구나 이 연말행사를 가질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흔히들 망년회는 우리고유의 세시풍습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께진탕 먹고 마시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망년회는 급속한 산업사회에 따라생겨난 부산물이고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것도 일제시대이후라고 볼수있다.한때 망국병이라고 내몰릴 정도로 흥청망청, 호화판으로 치달으면서 자성의소리도 높았고 요즘은 검소하고 의미있는 송년의 자리로 정착시키자는 움직임이 각계각층에서 조용히 번지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
유난히 어려웠던 올해 세밑의 망년회 실태를 알아본다.
대구시내 관광호텔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공직자 사정한파가 불어닥친데다충격적인 금융실명제, 회생기미없이 이어진 불경기등 이른바 3악재로 올해망년회 분위기는 예년보다 훨씬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연회장예약이 지난달부터 쇄도, 12월한달간 저녁시간대 예약률이 현재 70-80%를 웃돌고있다는것.
6개의 대.소연회장을 갖추고 있는 S호텔의 경우 동창회나 사회단체 송년모임을 위한 연회장예약률이 이달초 현재 거의 80%에 이르고 있고, 8개의 연회장이 있는 P호텔도 기업체등의 단체예약이 밀려 중순부터는 예약을 받지못할 실정이다.
이밖에 올해 문을 연 K호텔과 H.K호텔등 대구시내일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로벌써부터 원하는 날짜에 연회장을 맞추기가 쉽지않다.
이처럼 연말특수인 연회장예약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호텔관계자들의 표정은썩 밝지못한 반면, 나름대로 널찍한 연회공간을 갖추고 손님유치경쟁에 뛰어든 대형식당들은 넘치는 수요에 즐거운 비명이다.
수성관광호텔 유영진씨는 "최근 외식산업의 괄목할 성장추세에 따라 연회장시설을 갖춘 대형식당을 비롯, 뷔페식당.고급중국음식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모임장소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호텔에서의 행사는무조건 비싸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 예약과정서 서비스수준은 도외시한채가격부터 따지는 경향마저 있다고 판촉의 고충을 털어놓는다.한마디로 송년모임예약이 예년보다 일주일내지 열흘정도 빨라졌을뿐 경기는전보다 못하다는 얘기다.
뿐만아니라 칼날같은 공직자 사정여파로 어떠한 모임이든 공무원은 시선을의식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호텔같은 노출장소를 기피, 가뜩이나 일반식당들에 고객을 빼앗기는 형편에 더욱 울상을 짓게 한다.
이와함께 또한가지 두드러진 현상은 모임의 여흥으로 참석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수 있는 오디오시설의 선호다.
이제는 단체손님 유치에 세칭 {노래방}시설은 거의 필수적이다.대형식당이나 고급음식점들마다 으레 갖추고 있고 유행을 외면할수 없는 호텔들도 마찬가지.
모임참석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교통여건에서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기보다한곳에서 술.음식과 함께 여흥까지 즐기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씀씀이도훨씬 아낄수 있다는 계산이다.
진탕 마시고 마음껏 취하는 자리로 인식되던 망년회도 이젠 옛말.회사사무실에서 음식을 차리고 직원들끼리 조촐하게 치르거나 아예 가까운사람들을 집으로 초청, 가족적인 분위기의 오붓한 자리로 마련하는등 검소한송년모임도 눈에 띄게 늘고있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망년모임 자체를 취소하고 그 경비로 직원들에 선물을 돌리는회사가 있는가하면 흥청망청하는 소비성 모임대신 연말연시기간에 해외여행에나서려는 실속파(?)들도 꽤 많다는게 여행사업계의 얘기다.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어차피 감추지 못하는 돈 쓰고나 보자}는 체념적 심리로 일부부유층에서의 초호화판 망년회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불경기등 전반적으로 위축된 사회분위기때문에 주위로부터 빈축을 살만한 과소비망년회는 그다지 불거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내 P.L등 이름난 호화룸살롱의 경우 사정서슬등으로 한동안 극심한 불황에 허덕였으나 접대성 송년모임이 많아진 요즘들어서는 오후8시면자리가 없을 정도로 한껏 재미를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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