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 개방위한 빗장을 풀때

미국이 종전과는 달리 북핵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잡고 있는 느낌이다.미국은 10일 "북한내의 7개 핵시설중 특별사찰을 거부한 2개의 핵시설도 사찰을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 남북간의 대화도 즉각 재개해야 핵문제 전반이 해결될수 있다]며 핵투명성 보장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3일 제한적인 핵사찰 허용으로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한데 대한 답변겸 역제의 형식으로전면사찰방식이 아니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일괄타결}은 이뤄질수 없음을거듭 천명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의 미국입장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 일본.중국등과 협의한 결과를 핵문제 해결의 답변서로 내놓았다는데 큰 의미를 가진다.미국은 {핵시설중 5개소만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북한의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수용아니면 대화는 끝장}이란 협박에도 전면사찰을 고수하며 의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것은 주변의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한 끝에 얻어낸 결론이다.첫째 이유는 미국이 제한사찰을 거부해도 북한은 한반도에 전쟁을 도발할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둘째 일본.중국등 한반도 주변의 우방국들이 북핵의평화적 해결에 찬성하고 있는데다 비핵화원칙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은 지난8일 열린 노동당중앙위원회 제6기 21차전원회의에서 93년에끝나도록 되어있는 3차 7개년계획이 {심각한 시련과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그들자신이 경제개발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고 나선것도 핵문제와 무관할수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그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오던 군사부문 위주의 중공업 우선정책을 버리고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로 방향을 돌려 대외개방쪽으로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인사개편에 있어서도 7.4남북공동성명의 서명자인 김일성의실제 김영주가 당 정치국원으로 복권한대신 1년전의 남북고위급회담의 대표단장이었던 연형묵총리와 남북경제협력에 의욕을 보이던김달현부총리가 해임되고 대남사업을 주도해온 김용순서기가 정치국원에서탈락되는등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것 또한 대외개방이란 기치아래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조짐으로 보여 어떻게 보면 북한도 해묵은 남루를 벗어던질 개방의 빗장을 서서히 풀고 있는듯 하다.

최근 북한은 동경과 서울을 방문할 스케줄을 갖고 있는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을 북한으로 초청하여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갈리총장은 동경에서북핵에 대한 외부의 시각을 살핀후 서울에서 김영삼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입장을 듣고 평양에서 김일성주석을 만나 북한의 입장을 경청하게 된다.북한이 갈리총장을 초청한 이면에는 다각도에서 무게있게 밀려오는 외압이종국에는 안보리의 제재조치로 연결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것같다. 북한은 앞서 지적한 여러가지 상황을 판단한후에 굶주리고 있는 인민을 위해 과감하게 개방의 빗장을 풀어주기 바란다. 변화는 스스로 마음을 바꿔 먹을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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