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지난8월12일 저녁8시 김영삼대통령은 상기된 목소리로 {금융혁명}을 선언하고 있었다.
우리사회의 모든 관행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 금융실명제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악과 우려, 환영이 교차한 실명제 실시는 비정상적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는 단순한 제도적장치마련에 불과한 것이었는데도 충격속에 휘말린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다.언론사에 빗발친 문의전화, 수표거래의 격감, 현금인출의 부산함은 {검은돈}에 비춰진 조명에 드러난 극히 작은 일부분이었을 따름이다.{유리지갑}, {투명사회}, {지하경제}라는 용어가 신문지상을 어지럽힌 가운데 이제 실명제는 다소 두리뭉실해진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단성공}이라는 불만의 꼬리표를 달고...
무더위를 식힌 실명제선언은 제이름 석자로된 예금통장밖에 모르던 대다수서민들에게 가명이니 차명이니 비자금따위와 같은 낯선용어를 안기며 잠시 혼란을 겪도록 했다. 정치권의 돈줄을 끊고 소위 {전국구}의 생명도 앗아가는듯한 실명제는 남편의 비자금(?)도 부인의 딴주머니도 여지없이 드러내게 만들어 웃지못할 해프닝도 연출케했다.
지역경제도 이 충격과 혼란의 와중에서 몸살을 앓을수 밖에 없었다. 중소.영세기업이 대부분인 허약체질의 대구경제는 은행돈은 물론 사채마저 제때 못구해 비명이 높았다.
"실명제니 뭐니하지만 언제 부도가 날는지 모릅니다"는 하소연이다.대구 이현공단의 한시중은행 지점장은 "실명제이후 영세업체의 대출요청이잇따르지만 지원해줄 근거가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많은 일선금융기관 점포장은 정부의 보완책에도 불구, 중소기업의 금융혜택은 실명제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고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수치상으로 나타난 대구.경북지역의 금융동향은 정부의각종 보완조치에 의해 {비교적} 순조롭게 수습되었다.
"대구에 검은 돈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금융실명제 실시이후에도 지역 금융기관이나 중소기업들이 별다른 동요없이 4개월이나 지난 것을 보면 대구경우검은 돈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구은행 권동석상무의얘기다.
실제로 경제계 인사들이 우려했던 부동산 투기나 주가의 급락사태및 자금의해외도피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사채시장 위축, 담보력 부족, 신용도 저하등 자금줄이 막혀 11월 한달동안 대구지역 어음부도율이 0.65%까지 치솟는등 자금난을 겪고 있다.
실명확인및 전환실적도 대체로 좋아 대구은행.대동은행등 지역은행들의 실명확인및 실명전환율은 계좌수기준 57.1%, 금액기준 87.2%에 이르고 있다.대구.경북개발연구원은 대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영세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의 위축에따른 자금난, 무자료거래의 노출에 의한 조세부담증가등의 실명제여파로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경우 CD의 무기명 이점이 사라지고 별단예금의 감소, 거액자금의 출처조사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전될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전 대구에 온 김명호한국은행총재도 "실명제가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상당히 빨리 정착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와 조세상의 형평성을 제고시키는일"이라고 말했다.
대동은행의 김성환종합기획부장도 "예금비밀보장제도등을 강화하고 부동산투기와 실물투기, 과소비 억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또한 지역경제계는 자금의 제도금융권 흡수, 세제 개편등 새시대에 맞는 정상적인 경제질서를 찾는데 경제주체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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