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자연적 서정성의 전개

과거 한 시기 뜨거운 감자로 쟁점화되었던 이념우위의 문학적 담론도 이젠시들해지고, 뿐만아니라 올해들어 별다른 문학의 논란거리 또한 없었던 것으로 사료되는 최근 문단 일각의 반응은, 어느 의미로 보아 저간 문학 담당층의심각한 자기반성과 모색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일 수 있으며, 그 결과 자연적인화를 특징으로하는 서정시로의 회귀적 현상은 작금의 엄연한 현실로 수용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로이 펴낸 서지월 시집 {가난한 꽃}(도서출판{전망}펴냄)은 일독을 요한다.시집 {가난한 꽃}의 세계는 주로 화자의 심리적 공동화에 따른 친자연적 서정 위주이거나, 궁핍한 생활상에 따른 자기연민, 더러는 역사적(민족적)주체성과 전통성에 연계된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주제적 측면은 비단이번 시집에서만의 특기할만한 일은 결코 아니며, 연전에 펴낸 {꽃이 되었나별이 되었나} {강물과 빨랫줄}등에서도 손쉽게 찾아지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그의 시가 특징적으로 지니는 친자연성은 {푸른 하늘을 향해 마냥 걸어가는 짐승}({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하늘 아래 사는 궁핍한 인간(짐승)으로서의 자기인식을 전제로 하며, 또한{쑥대밭 같은 삶} {황사바람만 부는 인간세상} {형편없는 인간의 마을}등속의내적 언술을 통해 제시되어 있듯이 땅위의 인간과 인간의 삶에 관한 회의나번민은,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상이 아닌 자연계의 질서와 조화의 미적 공간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금빛 햇살 나려드는 산모롱이에/산모롱이 양지짝 애기풀밭에/꽃구름 흘러서 개울물 흘러서/가난한 꽃 한송이 피어납니다}({가난한 꽃}부분) 예의 표제시는 이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되며, 더욱이 이시를 통해 생명적(자연적)인 것에의 외경심마저 십분 일깨우고 있는 점은,그의 시가 갖는 특징이 아닐수 없다. 이밖에도 일일이 다 예거할 수는 없지만체험적 시인이 갖는 진정성과, 결고운 서정 본위만이 아닌 역사적(원심적)상상력에 근거한 이미지의 활달한 전개등은 시인 특유의 언어 구사력과 함께 시의 일독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서지월의 서정 시집 {가난한 꽃}전편을 통해 자연적 인간이 갖게되는 정신적염결성{우리가 아롱아롱 살아가면서/죄짓고는 못 산다고 꽃이 핍니다}({꽃이핍니다})내지 삶의 이상은, 사회적 인간의 결손이 크면 클수록 보다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의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도 잘 빚은항아리의 양태로 마주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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