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태풍의 막이 내렸다. 대폭 개각, 청와대비서진 개편에 이어 23일민자당 당직이 전면개편됨으로써 김영삼대통령의 집권2기를 끌어갈 여권의 체제개편이 마무리된 셈이다.김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측근들을 대거 전진배치시킴으로써 개혁을 지속적으로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일련의 인사에서 {내사람}위주가 지나치게 드러남에 따라 소외계층의 불만을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친정체제의 구축이다.김대통령은 이번 당정개편에서 권력의 핵심을 모조리 상도동 출신 민주계로포진시켰다.
내각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측근중의 측근인 최형우의원을 공무원조직을 장악하는 내무부장관에 기용했다. 또 비서실장 출신인 서청원의원, 김우석토개공사장을 정무1장관과 건설부장관으로 앉혔으며 고교후배이며 군시절부터 자신의 지지자였던 이병대보훈처장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했다.
청와대비서실에도 20년간 보필해온 오랜 가신인 이원종공보처차관을 주요직책인 정무수석으로 불러들였다. 민자당도 마찬가지로 핵심요직인 사무총장을민주계인 문정수의원이 차지했다.
특히 이번 당정개편을 통해 나타난 또한가지 특징은 TK인사 몰락의 가속화다.이경식경제.한완상통일부총리와 권녕해국방장관이 물러나면서 새 내각에는준TK인 이병대국방장관과 권영자정무2장관등 2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수석비서관 한명 없는 대구.경북을 고려한듯 이의근경북지사를 행정수석에 임명했으나 벌써부터 {실세 내무장관}의 그늘에 가릴 수밖에 없는 {허세 행정수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그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민자당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계파불식이라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민정계 총장이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속에김용태의원의 기용설이 나돌았으나 끝내 민주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채 주저앉고 말았으며 강재섭대변인마저 자리를 내놔야 했다.
개혁과 개방화.국제화를 내세우며 출범한 새 친정체제가 눈앞에 닥친 우루과이라운드 파고로 흐트러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고 경제회생등 산적한 난제를얼마나 헤쳐나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시각이다.우선 그동안 {한지붕 세가족}의 당내 역학구조상 최대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민정계를 의식, {화합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당 차원에서 강력 뒷받침할 {개혁승계형}을 택할것인가로 그간 논란이 많았던 사무총장자리에 문의원을 임명한 것은 청와대와 내각뿐 아니라 당마저도친정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금대통령의 숙지지 않는 개혁의지를 엿볼수있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의 가신그룹출신인 문신임총장은 이에따라 내년 5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및 후내년 상반기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등을 앞두고 대대적인 당내개혁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당결속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총장의 여권및 정치권내 비중을 고려한다면 당의 위상이 축소된측면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원내총무에 오히려 문총장보다 선삭가 많은 4선의 이한동의원을 기용한 것은민자당의 세력구조에 미묘한 영향을 끼칠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민자당에는크게 민주계, 김윤환(허주)계, 이한동계, 공화계등 여러갈래 세력이 상존해있다.
이가운데 허주계는 신민주계로, 이한동계는 비주류로 분류되는데 이번 당직개편에서 신민주계가 완전 배제된것이다. 이때문에 당내에서는 이의원의 총무기용을 {이이제이를 통한 허주계 견제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이번 당정개편에서 민주계에서 김덕룡의원이 견제를 받았다면 민정계에는 김윤환의원이 집중견제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대표급 총무}라는 일각의 얘기도 있듯 중량급총무의 기용은 일단 국회운영에서 민자당의 재량권행사가 커질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책위의장에 통일원장관을 지냈고 중국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이세기의원을 임명한 것은 김대통령의 경제활성화.국제화.미래화 추진구상의 차원에서해석할수 있는 부분.
그러나 3선총장에 4선총무체제의 등장에 따른 당지도부내의 조율및 공조문제가 당장의 관건으로 제기된다.
또한 당직배제에 따른 TK세력을 비롯한 민정계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벌써부터 지역의원들은 이번 당직개편에 적잖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이같은 이유들로 이번 당직개편은 한시체제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하순봉의원의 대변인 기용은 하의원이 그간 초재선의원모임의 산파역을 맡아친민주계적 성향을 간단없이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또다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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