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함께 정신차리자는 뜻

새로운 세계로 항로를 바꾸는 시점에 엄청난 도전과 시련의 파고를 맞은 한해였다. 동서냉전에 대치된 국제경제전쟁은 UR협상의 타결로 강대국의 패권주의를 1차적인 가시적 성과물로 드러냈다. 이어 2차 라운드에선 산업과 환경을매개로 하는 GR협상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경제의 국제경쟁에서 결전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도전과 시련의 파고 이같은 국제환경이 한반도에는 1백년전 구한말과 흡사한외세에 의한 개방의 압력으로 현실화하면서 우리내부에선 개방에 대한 국론의 분열과 개혁의 논쟁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냉전시대의 유물로남아있는 남북문제는 청산되지 못한채 핵문제를 볼모로 민족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과 무력개입의 여지마저 남겨놓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민족문제의 여러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주적인 대화통로조차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어두운 상황이다.

그래서 김영삼정부의 집권 첫해는 신한국건설이란 무지개빛 청사진이 제시된의욕의 한해였지만 이같은 내외의 도전을 산뜻하게 헤쳐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1백년만에 찾아온 세계사의 대전환기에 우리가 뒤늦게나마 정통성시비에서 벗어난 정부를 세울수 있었다는 사실은 국운개척을 위해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고 할수있다. 뿐만아니라 이 정부가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혁과 국제화를 국정의 지표로 삼았다는 것은 올바른 목표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개혁과 국제화 목표 또하나 우리는 김영삼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세계에 살아남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개혁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사실을 놓칠 수 없다. 그것은 개혁과 국제화가 특정정권의 목표라기보다 국운이 걸린 국가와 국민의 과제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한해 정부와 국민 모두 그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자세에는 구태와 안일, 미숙과 무지로 아직도 기대치에 미달하는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현정부는 부정.비리척결을 위한 성역없는 사정, 금융실명제의 획기적 실시,UR협상의 유리한 협상을 그간의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평일 수 있다. 물론 잘했다고 평가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정도 표적사정이란 표현이 나돌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쳐 사정당한 세력은 불공평, 불공정을 불만으로 삼고 개혁에 기대를 걸어온 많은 국민들은 미지근한 사정에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중앙의 사정바람과는 대조적으로 지방에는 여전히 수구세력들이 판을치고 있는 현실은 새정부의 개혁의지가 서민들의 피부에까지 와닿게 하지는못하게했다.

불만남긴 사정바람 금융실명제는 이해단계에 밀려 본래의 취지에서 상당히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UR협상도 실무대표들의 자랑과는 달리 여러대목에서협상능력부족과 업무미숙으로 어리석은 국익의 양보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협상과정에서 쌀개방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거짓말은 문민정부의공신력에 큰 흠집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정치개혁의 실천을 강조해온 정부는 개혁의 토대가 되는 정치관계법개정문제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과거와 같은국회날치기통과의 오점만 남겼다.

게다가 국민 각분야의 기강해이는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전례에 없는 대형참사를 일으켜 우리의 안일한 자세를 깊이 뉘우치게 했다.

말만의 변화론 안돼 이제 한해를 보내며 정부의 잘잘못을 새삼스레 따지자는것은 아니다. 개혁과 국제화에 실패하면 우리 모두가 좌초되는 상황에서 우리 함께 정신을 차리자는 뜻이다. 정부도 개각으로 심기일전했으리라 기대하지만 국민들 또한 그에 못잖게 자각해야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입으로만변하자고 하지말고 각자의 생활과 일상업무에서부터 국제경쟁.국제화.개혁등역사적 맥락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해야할 것이다.

홍종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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