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제야의 종소리

*밑그림위에 채색이 입혀지긴 했으나 뭔가 서투른 캔버스. 송년의 언덕에 올라 한해를 돌이켜 보는 자화상이다. 소망스러웠던 새해는 항상 실망스러움으로 마감된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의 화업은 미완성인것을. 그림의 명제또한{회한}인것을. *세월의 여신 호라이(Horai)는 꽃과 열매의 여신 탈로(Thallo)와 카르포(Karpo)를 거느린다. 또 삼라만상을 주관하는 유로미아(Euromia.질서) 디케(Dice.정의) 아이레네(Eirene.평화)등 세여신도 지배한다. 세월의신은 그냥 {살아있는}것보다는 치열하게{살고있는}것을 원한다. 삶은 길이로써가 아니라 질로써 측정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경전의 말씀으로 사는가. 외투를 벗기는 햇빛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수는없는가. 특히 올해는 정권교체기의 부작용이 워낙 커 사람인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해와 달보기가, 들짐승과 풀꽃들보기가 민망했다.*요절한 시인의 생애가 짧았는가. 교향곡을 미완으로 남긴 슈베르트의 삶도아쉬울만치 모자랐는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나의 가슴속에 살아있다. {너희시간은 준비되어 있느니라}는 요한복음의 말씀을 새겨보아야 하는 시각이다.*이제 제야의 종소리를 기억으로 들어야 한다. 우리는 새해 새출발을 위해한해동안 그려온 부끄러운 그림앞에 서서 회한에 젖어야 한다. 그리고 울어야 한다. 울수있다는 것은 한가닥 남은 진실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