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4년 맞는 대구.경북 정치인

대구, 경북지역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뿌리깊게 각인된 무력감에 허덕인 한해였다"고 지난해를 술회한다.정치인들이 꼽는 무력감의 근원은 갖가지다. 먼저 사정과 세력교체 과정에서타지역보다 지역출신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더많이 다쳤고 권력권에서 멀어진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대구의 경우 11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7명이 당적을 바꾸거나 의원직 사퇴, 투옥등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또 과거에는 인사상의 이점이 되리라 {막연히}기대됐던 대구, 경북출신이란 꼬리표가 {상당한} 불이익의 대명사로 변하기도 했다.또 대구, 경북의 주장이 타지역 정치인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는 점에서도무력감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인사들도 많다. 민자당 의원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능하면 삼간다. 이눈치 저눈치 보다 한마디 했다하면 여타 동료들이 {TK논리}라며 집중타를 놓아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겨우할수 있는 말이 김윤환의원의 이른바 {시한부 인내론} 처럼 {기다리자}는 한마디 뿐이라 호소하는 의원들도 있다.

국민당이 원내교섭단체에서 밀려난 이후 입당파인 류수호, 김복동의원등은뚜렷한 활동을 할수도 없고 하지도 못하는 답답함속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류의원, 임갑수위원장(달서갑지구당위원장)등이 고속철도 지상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목청을 돋우었을 뿐이다.

단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조차 내지못한 민주당의 활동은 그래도 활발했다.대구시지부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시민 서명운동을 벌인 것만도 세차례에 이르렀고 경부고속철도 지상화저지 범시민대책기구의 태동에도 일익을 담당했다.대구에 현안이 있을 때마다 재바르게 대응했던 것이다.

삼성자동차공장 대구조기유치 10만인 서명, 지하철 국비지원 상향조정 국회청원서 제출 서명, 쌀 수입개방 반대서명등을 통해 지역의 이익과 시민의 단결을 불렀다는 것이 민주당이 내세우는 가시적인 성과다.

그러나 민주당 대구시지부도 동을 보선에서의 참패에서 보았듯 자체한계를뛰어넘지를 못하고 있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자당에 대응하려면 인물교체가 급선무인데 그럴 기미도 대안도 없다. 자치단체장 선거가 눈앞에 닥쳤지만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경북도지부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다. 이기택계보가 압도적인대구시지부와는 달리 힘을 낼 의욕이 없었던 것이다. 예천 보궐선거때에도 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백승홍대구시지부장이 {총대}를 메었다.지방의회도 공무원 정원과 직제조차 맘대로 하지 못할 만큼 권력이 미약해역시 무력감에 젖어있다. 전국이 연대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나 아직 아무런 진전도 없다.

대구시의회는 철도사업연구특위, 국제공항유치특위등 2개 특위를 가동하고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북도의회는 도청이전특위를 내내 운영했으나 이해의 대립으로 논란만 부른채 해답을 얻지 못하고있다. 전라남도가 도청이전 후보지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북도민과도의회 의원들은 충격을 받고있는 모습이다.

각종 정당, 지방의회등 지방 정치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도 덩달아갑갑해 자칫 정치적 무관심이 확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해에는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건이 몇몇 노정돼 있다. 95년에 치러질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전이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돼 지역을달굴 전망이다. 또 현재의 수순대로라면 국민당 박철언의원(대구 수성갑)이의원직을 잃게돼 보궐선거도 치러야 한다. 정계개편등 아직 예견할 수 없는돌발사태가 생겨날지도 알 수 없다.

새해들어 이러한 정치적 변화가 지역 정치권을 무기력에서 벗어나게하는 요소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여러가지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는 되리란 것이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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