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리어리에너지부장관밝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귀히 여기는줄 알고 있던 미국정부가 핵무기개발과관련하여 국민을 상대로 오랫동안 몰래 생체실험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들끓고 있다.연방정부 헤이즐 올리어리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정부가 냉전시대 핵무기개발을 하면서 인간 생체실험을 포함한 각종 실험을 해온 사실을 밝히면서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8백명이 본인의 사전동의도 없이 방사능에 노출되는 실험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체에 대한 실험은 어른은 물론 갓난아기에게까지 플루토늄 주사를 놓는등 다양하게 실시됐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핵폭발실험을 일부러 인구밀집지역을 골라 한 일도 있다는 것이다.

또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1949년서 10년동안 명문 하버드와 MIT 두대학이 한 식품회사와 원자력 위원회 공동지원금을 받고 10대 정신박약 청소년 61명을 골라 방사능 식품을 먹이는 비밀실험을 해온 기록을 공개했다. 인간생체 방사능 실험에 대해서는 50년대 초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나치독일이 저지른 유태인 집단강제수용소내 의학적 생체실험과똑같은 중대한 잘못을 되풀이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1945년7월16일 오전5시29분 최초의 핵폭탄이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실험폭발에 성공하던 순간 이 계획책임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나의 본체는 죽음이다. 이승과 저승 무엇이건 박살내는 힘이로다...]라는 힌두교 성구의 한귀절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고 술회했다. 퍽 암시적이다.

이번 일로 몇가지 사실이 분명해 졌다. 즉, 제 아무리 훌륭한 정부라도 국가안보를 빌미삼아 인권을 침해하는 번죄를 저지른다는 것, 국가권력은 잠시동안 국민을 속일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정부명령에 따라 저지른 잘못이라도 개인의 책임은 면할수 없고 인간의 양심은 국가법률 권위에 우선한다]고 권력의 부도덕성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나치독일 전범들을 처형한 뉘른베르크 재판의 기본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월남전쟁 시비로 시달리다가 워터게이트 의혹과 이란-콘트라 사건등으로 신뢰감을 잃은 미국정부가 핵무기 개발과 생체실험이라는 또다른 실수로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기고 있다. 행정부 주무장관 스스로 이런 일을 들추고 나왔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것 또한 미국적인 현상이다.사람은 어쩔수 없이 다른 사람 운명과 동정의 밧줄로 연결돼 있어 내 행복은남의 웃음속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남을 소중히하는 책임감이 떠받치고 있지 않는 사회제도란 도덕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다. 정치인들의 책임감만이 정부를 {필요악}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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