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소카와{솔직외교}큰 성과(일본)

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총리가 첫 방한길에 오른 지난해 11월6일, 하네다(우전)공항을 떠난 전용기가 김해도착 15분을 남기고 있을때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팔짱을 낀 채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아 약5분간 환담을 나눈 그는 기자가 김영삼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소감을 묻자 {자연체}라고 웃으며말하고는 [회담자료를 전혀 읽어보지 못했다. 이제 공부 좀 해야겠다}며 곧VIP실로 돌아갔다.그의 {공부안했다}는게 딴전이었다는 것은 2시간후 김대통령과의 회담에서과거사에 대해 구체사례까지 들어가며 막힘없이 {진사}한 데서 확인됐다.나중 알려진 사실이지만 외무성이 마련한 회담자료는 과거의 전례와 국내반응을 감안해 동일수준의 언급이 좋다는 건의였다.

그러나 호소카와는 이를 묵살하고 나름대로 준비한 사죄발언을 술술 피력했다. 외무성이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회담후 일본기자들에게 진사내용을 알리지않았다가 항의소동이 벌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총리들이 한국에 올때마다 과거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양국간 사전 줄다리기 끝에 비록 {시나리오 대로 읽는} 내용이지만 사죄하며머리를 조아렸다. 알고보면 호소카와총리의 발언도 큰 차이는 없다. 일제의가해내용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점, {식민지} {진사}등의 단어가 등장한 점,그리고 한국측 요구를 받지않고서 자진 사죄했다는 점등 {48년만의 진사}를생각하면 너무 당연하고 별 것도 아닌 두세가지 내용이 진전이라면 진전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경주회담후 우리국민의 65.7%가 만족감을 표시하고 65가 호소카와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실질 현안인 무역역조 해소나 기술이전은 노력한다는 수준에 그쳤고 재일동포 지위문제 등은 거론도 안했는데말이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일본 새 정권에의 기대와 호소카와총리의 솔직 담백한외교스타일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개혁정권에의 호감, 그리고 {이렇게 사죄해라-안된다}는 지겨운 입씨름을 안해도 스스로 행하는 태도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기대는 한국 새 정권의 개혁스타일과 적절히 의기가 투합한데서비롯된 측면도 있다. 김대통령의 일본중시 외교와 경제원리 강조에 대해 호소카와총리는 성의있는 과거사죄로 화답했다. 눈앞의 과실은 없어도 향후 뭔가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던져줄 수 있었던 셈이다. 호소카와정권이 지속되는 한 양국관계가 순탄할 것이라는 낙관도 그런 근거에서이다.호소카와정권의 국제무대 5개월은 적극적인 국내 정치개혁 의지를 외교에도그대로 살려내며 데뷔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시각이다. 산적한 난제와 더딘 수순으로 큰 소득이 없는 나정에 비해 외교는 일면 화려하기까지했다. 그리고 특유의 {솔직외교}로 기대이상의 성가를 올렸다.지난해 11월 APEC(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정상회담에서 호소카와를 만난 클린턴은 {정치개혁을 지지한다}고 전에없는 호의를 표시했다. 종래 정권과는 다른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었다.

일부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태평양전쟁은 침략이었다}고 인정하면서 과거사를 진사하는 호소카와정권의 솔직성은 국내에서도 개혁정권의 또 다른 면모로폭넓은 지지를 얻었고, 외교무대에서 주변국은 물론 세계각국의 호평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외무성관계자들은 호소카와총리를 {되든 안되든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모호한 답변이 몸에 밴 자민당 시절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예스-노를 뚜렷이 밝힘으로써 외교가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APEC에서 회담한 9개국 정상들이 한결같이 그의 정치개혁에 성원의 뜻을 밝혔다는 사실도 외교적 성과를 입증해준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한국에 대한 사죄에 불만을 보인 것처럼 호소카와정권의직설적이고 솔직한 태도에 거부감도 없지않다. 쌀 개방협상이 막바지 단계일때, 최저수입량방식을 공개한 것을 놓고 외무성측은 [저런 풋나기]라며 서툰외교대응을 불평했다는 얘기도 있다. 종전의 일본국내 인식이나 일본인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소카와정권의 개혁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며 그의 정책추진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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